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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결국 사랑이 전부입니다!

10월 31일[연중 제31주일]

나이를 조금 먹고 나서야 사랑에 대해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이팔청춘 때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적어도 서른 안팎까지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 사랑을 알고 난 후 그것은 너무나도 큰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무리 병세가 위중해도, 아무리 인생의 막장 앞에 설지라도, 그럴수록 사랑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목숨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필요한 것이더군요. 이 세상에는 사랑이 필요치 않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사랑하고 사랑받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사랑은 만사가 잘 풀릴 때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은 내 마음에 드는 사람하고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진정한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꼬이고 꼬인 인생길을 걸어갈 때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사사건건 내 발목을 잡는 지긋지긋한 그 ‘존재’와의 관계 안에서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면 만사가 OK인줄 알았습니다. 사랑에는 늘 기쁨과 감미로움만 따르는 줄 알았습니다. 사랑을 시작하면 향기로운 장미꽃 길만 계속되는 줄 알았습니다. 사랑에는 괴로움이 뒤따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은 고통의 길을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을 희생을 각오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사랑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십자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사랑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코 복음 12장 29~31절)

결국 사랑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전부입니다. 사랑만이 그리스도인 인생의 전부입니다. 사랑이야말로 모든 인생문제의 해답입니다. 사랑은 우리 삶의 최종 기착지입니다. 결론적으로 산다는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절입니다. 참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늘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시라도 내 그릇된 언행, 부족한 사고, 빈약한 가치관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좀 더 사랑스런 존재, 이웃들에게 기쁨이 되는 존재로 서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