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겸손은 모든 덕행의 최고봉이자 기초입니다. 겸손은 천국 문을 열수 있는 열쇠입니다!

10월 30일[연중 제30주간 금요일]

어느 만찬에 초대받으신 예수님께서 참으로 볼썽 사납고 눈꼴신 장면을 목격하십니다. 탄생 때부터 시작해서 나자렛에서의 숨은 생활, 그리고 역동적인 사목활동기간,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을 극도로 낮춘 겸손의 삶을 사셨던 예수님이셨기에, 그 장면이 참으로 가관이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상석을 차지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모습이 예수님 보시기에 얼마나 웃겼을까요. 그 상황이 참으로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을 것입니다.

제일 높은 자리에 앉으려고 서둘러 걸음을 옮기다가 한명이 뭔가에 걸려 쓰러집니다. 뒤따라가던 사람이 쾌재를 부르면서 자리를 차지하려는 순간, 또 다른 사람이 비호처럼 달려와 간발의 차이로 상석을 차지합니다.

넘어진 사람은 분을 참지 못해 씩씩대고,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빼앗긴 사람은 핏대를 올리며, 내 자리니 얼른 일어나라고 소리를 치고…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복음 14장 11절)

자꾸만 까마득히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위태위태한 심정으로 바라봅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내려오기 힘들고, 떨어질 때 충격이 엄청날 텐데…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요즘 저는 이제야 좀 철이 드는지, 예수님 말씀을 따라 어떻게 하면 끝자리, 낮은 자리에 앉아볼까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랬더니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지고 넉넉해지는지 모릅니다. 가장 낮은 밑바닥에 있으니 가끔씩 넘어져도 상처나 충격이 훨씬 덜합니다. 낮은 자리가 주는 축복과 은총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실감합니다.

겸손은 모든 덕행의 최고봉이자 기초입니다. 다른 덕들은 겸손의 덕이란 기초 위에 건설됩니다. 겸손이 생략된 신앙, 겸손이 사라진 기도, 겸손이 결여된 권력처럼 위험한 것은 다시 또 없습니다. 겸손은 천국 문을 열수 있는 열쇠입니다.

탁월한 인품을 갖춘 분으로서 학자로서도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존경하는 교수님께 한 제자가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답니다. “스승님,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느끼신 가장 소중한 깨달음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그 겸손하고 훌륭한 스승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내 생애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내가 큰 죄인이라는 깨달음, 그리고 이런 큰 죄인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랑해주신다는 깨달음입니다.”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외칩니다. “나야 나! 나정도 되면 괜찮은 거 아니야? 나 말고 누가 있겠어? 그거 내가 다 했어!” 이렇게 겸손이 사라진 우리에게서 하느님께서도 떠나가십니다.

반대로 “이 세상에 내가 가장 큰 죄인입니다. 나처럼 보잘 것 없는 존재도 없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우리를 보시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우리를 통해 당신 사랑의 기적을 펼쳐나가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