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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당하실 때는 씨앗이시고 부활하실 때는 나무이십니다!

10월 26일[연중 제30주간 화요일]

하루에 셀 수도 없이 세탁기를 돌리고, 세탁물을 널고 개고를 반복하면서, 드는 한 가지 의문입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 매순간 끝도 없이 요구되는, 별것 아닌 듯 여겨지는 이 작은 봉사, 오늘 내 손때 묻은 이 보잘 것 없는 봉헌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기나 하려나?

정신적, 영적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 동반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언제나 똑같은 하소연이 되풀이 됩니다. 별로 진전되는 것은 없는 듯, 지루한 과정의 무한 반복입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 말씀 들으니 조금 위로가 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그것을 무엇에 비길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다. 그랬더니 자라서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루카복음 13장 18~19)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역동성, 확장성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오늘 우리의 보잘 것 없는 봉헌이 하느님 나라에서는 놀랄 정도로 폭발적인 확장세를 보인답니다. 오늘 내 작은 봉사와 희생이 하느님 나라에서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답니다.

꼬질꼬질 손때 잔뜩 묻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생각하니, 오늘 비록 힘겨워도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작은 봉헌과 선행, 작은 봉사와 사랑의 실천을 계속해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씨앗처럼 겸손하셔서 인간으로 나타나셨고 하늘에 오르심으로써 나무처럼 커지셨습니다. 고난을 당하실 때는 씨앗이시고 부활하실 때는 나무이십니다. 시장하실 때는 씨앗이시고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실 때는 나무이십니다.”

“그분은 한편으로는 인간이 처한 조건의 메마름을 견디시고 다른 한편으로는 당신의 신성으로 풍성함을 베푸십니다. 매 맞고 조롱받고 모욕당하실 때 주님은 씨앗이고, 눈먼 이를 보게 하고 죽은 자를 일으키고 죄를 용서하실 때 주님은 나무이십니다.”(토리노의 막시무스 교부)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