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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리스도인들에게 야망이 있다면 그것은 주님과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픈 야망이어야 합니다!

10월 17일[연중 제29주일]

예수님의 발길이 점점 최후의 장소, 예루살렘, 그리고 골고타 언덕에 가까워지던 어느 순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극도로 산란하셨을 것입니다. 그런 스승님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드려도 모자랄 판인데, 야고보와 요한 사도의 모습은 참으로 미성숙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않게 해 주십시오.”(마르코 복음 10장 37절)

그들은 스승님께서 건설하실 새로운 왕국에 대한 헛된 기대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지상적 통치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고, 그 나라가 서게 되면 물 좋은 자리, 총리 자리와 당대표 자리를 꿈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미성숙한 제자들 앞에 예수님께서 느끼셨던 자괴감은 하늘을 찔렀을 것입니다. 그러나 또 다시 예수님께서는 자상하고 친절하게 당신 사명의 핵심을 상기시켜주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코 복음 10장 43~45절

우리 교회는 지상적인 영예와 세속적인 자리를 탐내고 추구하는 출세 제일주의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단체가 아님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누군가가 교회를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야심과 출세욕을 충족시키고자 애를 쓰다면, 그는 예수님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가련한 존재로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권력을 탐하고 추구하는 자는 스승 그리스도를 망신시키고 악용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종교가 한 개인의 야심을 실현시켜주는 도구가 될 때, 주님께서 참으로 슬퍼하고 분노하실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야망이 있다면 그것은 주님과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픈 야망이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욕심이 있다면 그것은 주님과 이웃을 섬기고 싶은 욕심이어야 합니다.

사제서품 미사 후 축하의 자리에서 한 마디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랜 양성 기간 끝에 거룩한 사제로 거듭난 형제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참으로 기쁘고 가슴 벅찼습니다. 동시에 다양한 감정들이 제 머릿속에서 교차되었습니다.

고마움, 대견스러움, 기대감, 등등. 그러나 반대로 이제 사목자로서 세상의 거친 들판 앞에 서게 될 형제들을 생각하니, 걱정, 우려, 연민의 정도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새 사제들을 향한 덕담에는 본의 아니게 날이 서 있었습니다.

“사제 서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서품이 승진하는 것, 벼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마음에 꼭 담고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사회로 치면 이제 여러분은 사원 가운데서도 신입사원, 신입사원 가운데서도 수습사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제로서 갖춰야 될 가장 기본적인 덕행인 겸손의 덕을 늘 가슴깊이 간직하고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서 겸손이 빠져나가고 나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있을 자리는 높은 자리, 고상한 자리가 아니라, 이 세상의 가장 낮은 밑바닥이요, 세상의 끝이라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이제 사제가 되었으니, 그간 지긋지긋하게 해온 청소나 빨래, 설거지와는 작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파릇파릇한 수습사원이니만큼, 더 자주 운동장에 나가고, 더 자주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그들과 동고동락하시기 바랍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