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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네 곳간에 자선을 쌓아 두어라. 그것이 너를 온갖 재앙에서 구해 주리라!

10월 12일[연중 제28주간 화요일]

나이를 조금 먹어가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뀝니다. 곱고 하얀 손도 예쁘지만, 거칠고 험한 손도 그에 못지않게 예뻐 보입니다. 잘 차려입고 잔뜩 꾸민 드라마 주인공도 멋지지만, 낙지며 바지락을 캐고 갯벌에서 나오시는 진흙투성이의 할머니들도 멋집니다.

청정지역 소나무들을 위협하는 병충해에 맞서 힘든 벌목 작업에 열중이신, 온몸이 땀과 톱밥으로 뒤범벅된 어르신들의 모습도 정말 멋집니다.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수고 많으시다며, 간식이라도 가져다드리면, 언제나 볼 수 있는 세상 환한 미소도 더없이 멋집니다.

잠시나마 그늘에 앉으신 어르신들은 손 씻을 틈도 없습니다. 적당히 쓱쓱 닦으시고는 맛있게 간식을 드십니다. 손 씻는 일의 대가들인 바리사이들이 봤으면 큰일 날 일입니다. “그 바리사이는 예수님께서 식사 전에 먼저 손을 씻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루카복음 11장 38절)

핵심과 내용은 뒷전인 채 오로지 형식과 절차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바리사이를 향한 예수님의 충고가 날카롭습니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너희의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육신의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내는 방법을 자상하게 알려주고 계십니다.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너희의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보십시오. 자비가 우리를 깨끗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를 깨끗하게 합니다.

자선이 얼마나 위대한 행위인지에 대한 언급은 성경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준다.”(토빗 12장 9절) “네 곳간에 자선을 쌓아 두어라. 그것이 너를 온갖 재앙에서 구해 주리라.”(집회서 29장 12절)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재물을 희사하는 것만이 자선이 아닙니다. 자선은 참으로 다양하니 저희같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참으로 큰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친 사람의 짐을 져주고, 슬퍼하는 이를 위로하고, 길 잃고 헤매는 이에게 바른 길을 일러 주고, 어쩔 줄 모르는 사람에게 조언해 주고,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도와주는 것도 자선입니다. 잘못한 이를 용서하는 것도 훌륭한 자선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교부)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