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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 시대 표징은 일상생활 그 한가운데에서 숨어있기에, 매일 눈을 부릅뜨고 찾아야 할 것입니다!

10월 11일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여기저기 황금빛 들판이 장관입니다. 점점 익어가며 고개를 숙이는 벼이삭을 바라보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도 저렇게 성숙되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앙의 연륜이 더해가면서 점점 균형 잡히고 성숙한 신앙인, 영적이고 겸손한 신앙인으로 성장해나가면 좋겠습니다. 크신 주님 앞에 나란 존재가 얼마나 미소한 것인지를 잊지 않는 신앙인, 주님 떠난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진리를 마음에 새기고 사는 신앙인으로 익어가면 좋겠습니다.

이 한세상 살아가면서 우리가 겪게 되는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상승과 추락, 병고와 죽음, 그 모든 것들은 주님께서 주시는 것이므로 기꺼이 수용하며 살아가는 넉넉한 신앙인, 지나가는 작은 것들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은 관대하고 너그러운 신앙인이 되기를 간절히 청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정반대의 길을 걷은 신앙인들이 수두룩합니다. 십계명을 어기는 죄보다 더 큰 죄가 있으니, 그것은 자기 자신을 모르는 죄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몰라도 너무나 모릅니다. 자신이 얼마나 정도를 벗어나 엉뚱한 길을 걷고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주님 앞에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신앙은 너무나 미성숙하고 유아기적인 것이어서 또 놀랍니다. 눈만 뜨면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현실성 떨어지는 끝도 없는 기적이요 치유요 표징입니다.

예수님 시대도 상황은 비슷했나 봅니다. 얼마나 한심스럽고 안타까웠으면, 예수님께서 장탄식을 터트리시며 말씀하십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 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루카복음 11장 29절)

그런 분들이 즐겨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는 본당 공동체나 신앙 공동체는 뒷전입니다. 지극히 어색하고 볼썽 사나운 곳을 찾아 먼 길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거기 가면 그런 분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맞춤형 행사가 이어집니다.

입만 열면 성공이요 합격입니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불치병의 치유나 기적이 설교의 거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신앙을 빙자한 사기꾼들입니다. 거기에 현혹되어 교회 공동체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오늘 이 시대 표징은 우리들의 일상생활 그 한가운데에서 숨어있기에 매일 눈을 부릅뜨고 찾아야 할 것입니다. 매일 우리가 봉헌하는 성체성사야말로 표징 중의 표징입니다. 매 미사 전 고백소 안에서는 수시로 기적이 거듭됩니다. 우리가 맺고 있는 동료 인간들과의 관계 안에서 용서와 사랑, 헌신과 배려를 통한 기적과 표징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