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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수님의 자상함과 부드러움 앞에 부인의 굳게 닫혀있는 영혼의 물꼬가 활짝 열렸습니다!

9월 1일 [연중 22주간 수요일]

예수님께서 하루는 수제자 시몬의 집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때 마침 시몬의 장모가 심한 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시몬의 장모’ ㅋㅋ 그 둘 사이의 관계가 참으로 특별합니다.

시몬의 장모 입장에서 예수님은 미운 사람이었습니다. 사위 시몬을 빼앗아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멀쩡한 딸을 ‘생과부’가 되게 한 원인제공자가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이 사위 시몬과 자신을 찾아온다는 소식을 들으니 장모 입장에서 ‘열 받게’ 생겼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시몬의 장모에게 가까이 다가가시어 특별한 작업을 하십니다. 열을 꾸짖으십니다. 참으로 기이한 모습입니다. 그러자 즉시 열이 가셨습니다. 시몬의 장모는 즉시 일어났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조금 웃기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루카복음사가는 시몬의 장모가 심한 열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데, 사실 ‘화병’이 아니었을까요?

갑작스레 혜성처럼 등장한 예수란 존재, 그리고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멀쩡히 잘 지내던 사위 시몬의 가출, 그로 인해 생과부가 된 딸, 정말로 무책임한 사위 시몬! 장모 입장에서 보면 정말이지 열불 나는 일,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열이 머리끝까지 뻗지 않을 수 없는 시몬의 장모였습니다.

이윽고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십니다. 고열로 인한 혼수상태에서 헛소리까지 하고 있는 부인의 모습에 예수님의 마음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으로 가득 찼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치 당신 어머니에게 하듯이 아무 말 없이 부인에게 다가가 그저 손을 꽉 잡았습니다.

아마도 예수님의 손과 장모의 손 사이에 무언의 대화가 오갔을 것입니다. ‘죄송해요. 부인. 제게 시몬이 필요합니다. 부인에게 참으로 소중한 시몬이겠지만 더 큰 일을 위해 시몬이 꼭 필요합니다. 부디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윽고 예수님께서는 부인의 몸을 앞으로 당겨 그 자리에서 일으키셨습니다. 그것이 다였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부인의 열이 내렸습니다. 열에서 해방된 부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수님의 자상함과 부드러움 앞에 부인의 굳게 닫혀있는 영혼의 물꼬가 활짝 열린 것입니다. 꽉 막혀있던 흐름이 열리니 그간의 분노와 걱정, 원망과 화도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시몬의 장모는 이제 일말의 미움이나 적개심도 없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 예수님 일행의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