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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룻이 오늘 우리에게 남겨준 찬란한 덕행들: 극진한 효심, 한결같은 충절, 한없는 온유, 다정다감함!

8월 21일[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신구약 성경 통틀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아름다운 장면이 어제 오늘 룻기를 통해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남편과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가련한 시어머니 나오미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방인 며느리 룻의 모습이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어머님을 두고 돌아가라고 저를 다그치지 마십시오. 어머님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고, 어머님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렵니다. 어머니의 겨레가 저의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룻기 1장 16절)

또한 시어머니를 따라 물 설고 낯선 땅으로 따라온 룻을 어여쁘고 연민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흔쾌히 아내로 맞이한 보아르의 관대하고 자상한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네 남편이 죽은 다음 네가 시어머니에게 한 일과 또 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네 고향을 떠나 전에는 알지 못하던 겨레에게 온 것을 내가 다 잘 들었다.”(룻기 2장 11절)

룻기를 통해 우리는 유다 공동체가 그리도 중요시 여겼던 순혈주의, 선민의식, 율법지상주의가 사실은 부차적이고 비본질적인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압 출신 여인들과 결혼한 나오미의 두 아들들, 그리고 남편과 사별한 이방 여인 룻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며 결혼한 보아르, 그리고 그 가문에서 탄생한 다윗왕…

결국 이방 여인들도 다윗 가문의 남자들과 결혼하였고, 구세사의 한 축을 당당히 구성한 것을 통해 순혈주의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가 하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구원은 보편적이라는 것, 유다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활짝 열려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동시에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인류 구원 사업에 정통 이스라엘 사람들만 도구로 쓰시지 않고, 이방인들은 물론, 부당해 보이는 죄인들, 나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협조자로 선택하시는, 활짝 열린 개방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룻이라는 이방 여인이 오늘 우리에게 남겨준 덕행들과 자질들은 얼마나 가치 있고 찬란한지 모릅니다. 극진한 효심, 한결같은 충절, 한없는 온유, 다정다감함…

그녀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인해 남편과 두 아들마저 떠나보낸 불운의 여인 나오미는 팔자를 펴게 되었고, 기울어져가던 이스라엘 가문이 다시금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