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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장 아름다운 예복은 깨끗한 마음과 흠 없는 양심, 진실한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입니다!

8월 19일[연중 제20주간 목요일]

혼인 잔치의 비유는 우리 인간 각자를 향한 하느님의 호의(好意)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성대한 구원의 잔치를 손수 마련하셨습니다. 산해진미를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놓으셨습니다. 잔치의 여흥을 돋울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세팅이 되었습니다. 한명 한명에게 전달할 푸짐한 선물도 준비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초대는 하느님으로부터의 초대였습니다. 교황청이나 청와대, 백악관으로부터의 초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영광스럽고 황송한 초대임에도 불구하고,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의 태도가 심드렁했습니다.

골프 약속이 있다, 가족 여행이 미리 잡혔다, 텃밭을 가꾸어야 한다, 특근을 해야 한다며 다들 손사래를 쳤습니다. 잔치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의 심정이 어떠할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야말로 진노(震怒)하셨습니다. 불벼락을 내리셨습니다. 그리고는 하시는 말씀!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마태오 복음 22장 8~9절)

죽음의 나락을 향해 걸어가는 당신의 자녀들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게 여겨졌던 하느님 아버지께서 오늘도 애타는 마음으로 구원의 초대장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계십니다. 우리를 향한 그분의 강렬한 구원 의지에 끝끝내 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오늘 우리들로 인해 그분의 마음은 그야말로 산산이 찢어질 것입니다.

임금의 아들 혼인 잔치를 손님 없이 치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임금은 다른 사람들을 부르러 종들을 보냈습니다. 종들은 거리로 나가서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아무나 만나는 대로 데려왔고 잔칫집은 손님으로 가득 찼습니다.

잔칫집에 와있다고 해서 모두 선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몸은 잔치에 와 있지만 잔치에 함께 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 즉 마음은 세상 일로 가득한 악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는 결국 밀과 가라지가 공존하는 현세의 교회를 의미합니다. 이들의 종점은 마지막 날에 극명하게 구분될 것입니다.

결국 오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큰 과제가 하나 있습니다. 잔치에도 참석해야하겠지만, 악한 사람이 아니라 선한 사람으로 잔치에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잔치에 참여한 이상 잔치에 걸맞은 예복을 잘 차려 입어야겠습니다.

어쩌면 거룩한 성찬례와 그 성찬례가 실현되어야 하는 고통중인 이웃들의 삶은 또 다른 의미의 혼인잔치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예복은 깨끗한 마음과 흠 없는 양심, 진실한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입니다.”(성 아우구스티누스 교부)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