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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혼인은 성사입니다. 하느님 안에 이루어진 거룩한 계약입니다. 이혼 앞에서 더욱 심사숙고를 거듭해야 마땅합니다!

8월 13일[연중 제19주간 금요일]

예수님께서 공생활 기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의 복음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시면서 느끼셨던 보람이 참으로 컸을 것입니다. 오랜 병고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예수님 당신의 손길을 통해 치유되고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말씀에 목말라하던 사람들이 생명수 같은 당신의 신선한 말씀을 통해 큰 위로와 힘을 얻었습니다. 감사하고 환호하는 백성들을 바라보는 예수님 역시 무척 기쁘셨을 것입니다. 예수님 당신을 주님으로 고백하며 오랜 악습과 죄에서 돌아서 회개하는 백성들의 모습에 힘이 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예수님께서 크게 실망하시고 슬퍼하신 적도 부지지수였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니고 있던 완고함 때문에 눈물도 많이 흘리셨습니다.

특히 당신 수난과 죽음이 이제 바로 코앞인데, 끝끝내 당신의 강력한 구원 의지와 당신 백성들을 향한 절절한 사랑을 몰라주는 사람들의 완고함 앞에 그분께서도 굵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의 완고함 때문에 슬퍼하시고 눈물 흘리십니다.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조금도 몰라주는 우리의 냉담함과 완고함에 앞에 슬피 우시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못마땅해 하시는 완고함과 냉담함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주된 특징이었습니다. 사실 모세가 처음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결혼생활을 지탱해나가기가 힘들 때면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려라.’라고 흔쾌히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모세가 한번 맺은 혼약은 절대로 갈라서서는 안 된다고 그토록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찾아오고 또 찾아오고, 집요하게 떼를 쓰고 하다 보니, 아주 특별한 케이스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허락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바리사이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확대해석해서 너무나도 당연히 이혼장 운운하고 있는 것입니다. 완고하고 독선적이며, 아전인수의 대가인 바리사이들 앞에 예수님은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으십니다. 아주 강경하게 결혼과 관련된 불변의 원칙을 재천명하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오 복음 19장 6절)

예수님 시대 당시 ‘이혼장’이 악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습관은 신명기 24장 1-4절에 근거한 것이지요. 거기 제시된 율법에 따르면 아내에게 무엇인가 수치스러운 일을 발견한 남편은 그 여인을 쫒아내기 전에 이혼장을 써야만 했습니다. 이 이혼장을 손에 쥔 여인은 전 남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혼장은 또한 재혼을 위해 필요한 서류였습니다.

모세는 너무도 문란한 결혼생활, 또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이혼장을 사용할 것을 당부했지만, 유대인들은 이 관습을 남용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아내와 이혼할 수 있다는 자신들의 이 관습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혼장은 점점 더 남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에게 수치스런 일’이란 원래 아내의 불륜만을 지칭했지만, 후에는 그에 대한 적용이 더 확대되었습니다.

결혼 후 10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는 아내, 남편과 말다툼 하는 아내, 친척 앞에서 불손한 태도를 취하는 아내, 베일을 쓰지 않고 외출한 아내, 다른 남자와 말을 하는 아내, 고기를 지나치게 바싹 구운 아내, 국을 끓였는데, 간을 제대로 못 맞춘 아내, 가정사를 남에게 퍼트린 아내 등, 별의 별 이유를 들어 아내를 내쫒게 되었습니다.

이혼장은 유다 백성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유대인들의 고집 센 기질, 굳어진 마음, 문란한 생활, 끝도 없는 타락 때문에 겨우 예외를 허락해 준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입법자로서의 모세는 당연히 이혼을 금하는 법령을 제정하고 일관되게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히브리 민족의 윤리적 타락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구체적인 현실을 돌아봅니다. 숱한 이혼들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합니다. 물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결혼생활보다는 이혼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서도 예외적인 규정을 정해 이혼한 사람들을 구제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억할 것은 혼인은 성사입니다. 하느님 안에 이루어진 거룩한 계약입니다. 이혼 앞에서 더욱 심사숙고를 거듭해야 마땅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