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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라우렌시오 부제는 영성체의 힘으로 인해 그토록 혹독한 고통도 웃으며 참아 넘길 수 있었습니다!

8월 10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임종을 앞두고 계신 형제님께 병자성사를 드릴 때였습니다. 말기 암으로 인해 물 한 방울도 제대로 못 드시고, 다른 무엇보다도 호흡 곤란 증세로 무척이나 힘겨워하고 계시더군요.

그 순간 저는 깜짝 놀랄 일을 목격했습니다. 위중하신데도 의식은 명료하셨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계시면서도 제게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힘 드신데 가만히 계시라 해도 힘겹게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이렇게 먼 길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 은총 속에 이 세상 소풍 잘 하고 갑니다.” 그러면서 형제님은 계속 제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서 계시지 말고 여기 앉으세요. 많이 시장하실 텐데, 밑에 내려 가셔서 식사 좀 하세요. 운전해서 갈 길도 멀 텐데,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저 위에 도착하면 신부님 사목 잘 하시도록 열심히 기도할께요.”

다들 두려워 덜덜 떠는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고 당당하셨던 형제님 얼굴에 감돌던 미소가 오래도록 제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형제님의 마지막 순간을 뵈면서 언젠가 다가올 내 마지막 순간도 저렇게 품위가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하는 희망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자신의 생애 마지막 순간을 정말 감동적이고 멋지게 장식한 성인,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를 기억합니다. 로마의 일곱 부제 가운데 수석 부제로 임명된 그는 교황님을 도와 교회의 재산 관리와 가난한 사람들의 구호활동에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식스토 2세 교황님께서 카타콤바에서 미사를 집전하시던 중에 체포되어 즉각 참수형에 처해지자, 즉시 라우렌시오 부제에게도 박해의 칼날이 다가옵니다.

박해자들은 끝끝내 협조하지 않는 라우렌시오 부제는 불판 위에 얹어 구워죽이는 참혹한 형벌에 처했습니다. 적대자들은 라우렌시오를 마치 생선 굽듯이 불판 위에 올리고 불을 지피니 그의 살이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갔습니다.

세상 혹독한 형벌을 당하면서도 라우렌시오 부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그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여유만만한 얼굴이었고, 그 와중에도 사형집행인들에게 계속 유머를 던졌습니다.

한쪽이 쌔까맣게 타고난 것을 확인한 라우렌시오는 사형 집행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이제 한쪽은 다 익은 것 같으니 뜯어 잡수세요.”라고 농담을 던지며 숨을 거두었습니다.

라우렌시오 부제의 순교 장면에 대해 아우구스티누스 교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라우렌시오는 영성체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셨습니다. 그 힘으로 인해 그토록 혹독한 고통도 웃으며 참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