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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언제나 대자유를 만끽하시는 주님, 마치 한 줄기 바람 같이 자유로우신 주님!

8월 9일[연중 제19주간 월요일]

오늘 복음은 봉독할 때 마다 꽤나 쌩뚱맞은 내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카파르나움에 도착했을 때, 세금 징수원이 수제자 베드로 사도에게 성전세를 요구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아주 특별하고 기이한 명령을 내리십니다.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올라오는 고기를 잡아 입을 열어 보아라. 스타테르 한 닢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공생활 기간 동안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들은 대체로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백성들을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크신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중병이나 고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유시켜 주신다든지,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신다든지…

그런데 오늘 보여주시는 기적은 대체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독특한 이적 사화는 아마도 후대에 가필(加筆)된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이 제정해놓은 편협하고 제한된 제도나 관습으로부터 철저하게 자유로운 분이심을 강조하는 기적. 국경에 인접한 도시 마다 세관을 설치해놓고 엄청 중요한 일처럼 세금을 걷어 들이는데, 사실 그거 아무것도 아님을 넘어 웃기는 일이라는 한 표현

카파르나움 세금 징수원은 예수님께 성전세를 요구했는데, 사실 이것처럼 천부당만부당한 일이 다시 또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십니까? 그분은 이스라엘의 주님이신 하느님 아버지의 외아드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리도 애지중지하는 성전의 주인이십니다.

그렇다면 백성들이 바치는 성전세를 수령하실 분은 사제나 랍비들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성전의 주인이신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런데 성전세 징수원은 기가 막히게도 성전의 주인이신 예수님께 성전세를 바치라고 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했겠는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서글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셨던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명하신 것이 갈릴래아 호수에 가서 낚시를 하라는 것입니다. 제일 먼저 낚인 고기의 입을 열면 은전이 나올텐데, 그걸로 성전세를 바치던지 말던지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성전세를 바치셔야 할 분이 아니라 성전세를 받으셔야 할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굳이 까칠한 유다인들의 비유를 건드릴 필요가 없으니 베드로 사도에게 꽤나 웃기는 방법으로 돈을 마련해 성전세를 바치라고 당부하신 것입니다.

이 특별한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진리가 한 가지 있습니다. 사실 세상 모든 것은 예수님의 소유입니다. 따라서 그분은 철저하게도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운 분이십니다. 그분은 그 어떤 사람, 그 어떤 제도에도 묶여있지 않는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그 어떤 인간적 관습에 얽매일 분이 아니십니다. 물고기 입 속에 든 동전은 그분의 초월적 자유를 의미합니다. 주님께서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방법으로든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그 무엇이든 자유롭게 얻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대자유를 만끽하시는 분, 마치 한 줄기 바람 같이 자유로운 분,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되는 분, 바로 우리 주님이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