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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 사도는 주님을 거듭 배반했지만 끝까지 그분을 떠나지 않음으로 인해 교회의 영원한 반석이 되었습니다!

8월 5일 [연중 제18주간 목요일]

예수님의 수제자로서 잘 나가던 베드로 사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스승님으로부터 교회의 반석이라 칭찬받던 베드로 사도가 순식간에 사탄으로 전락하는 모습에서 오늘 제 적나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말이나 글로는 만리장성이라도 쌓을 기세입니다만, 구체적인 삶은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어 부끄럽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그럴 듯하게 비쳐지지만, 솔직한 제 내면은 속이 텅 빈 강정처럼 허술하고 빈약합니다.

이토록 모순되고 이중적인 스스로의 모습에 크게 부끄러워하며, 어떻게 하면 그 큰 골을 조금이라도 메꿔볼 수 있을까 발버둥치고 있는데, 아마도 저뿐만 아니라 동료 사목자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매일 매 순간 지속적으로 예수님을 메시아로 고백하며, 아무리 죄투성이라 할지라도 그분을 떠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분의 자비와 은총을 간구할 때, 우리가 비록 한없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그분의 든든한 반석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자주 딴 마음을 먹었으며, 수시로 방황했으며, 결국 주님을 세 번이나 배반했지만, 끝까지 주님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크게 가슴을 치며 울었습니다. 수시로 주님의 자비를 청했습니다. 그 결과 교회의 영원한 반석이 되었습니다.

사실 배반자 유다 이스카리옷이나 수제자 베드로 사도나 피장파장이었습니다. 똑같이 딴 마음을 먹었고, 스승님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으며, 배반했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두려운 마음에 주님을 떠났습니다. 그분의 크신 자비를 믿지도 않았고 청하지도 않았습니다. 끝끝내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원한 배반자요 멸망이었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 공동체의 모습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의 어쩔 수 없는 사명인 고통과 십자가, 희생과 헌신은 외면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승리와 성공, 기적과 표징만을 기대할 때, 우리 공동체 역시 사탄의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주님께서 끝까지 지고가신 십자가만이 구원에 이르는 길임을 거듭 고백하며, 매일의 십자가를 기쁘게 지고 갈 때 우리 역시 베드로 사도처럼 교회의 영원한 반석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