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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안에 약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강점도 있습니다. 추함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움도 남아있습니다!

7월 31일[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 기념일]

언젠가 짧게나마 맛봤던 영신수련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1491~1556)가 우리 신앙의 후예들을 위해 선물로 남겨주신 소중한 유산입니다. 지도 신부님의 안내에 따른 집중 관상기도를 통해 제 자신의 적나라한 내면 상태를 뚜렷이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영혼 안에 웅크리고 있는 짙은 어둠과 무질서를 확인하며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하는 실망감도 컸습니다. 그러나 계속된 성찰작업은 저를 한 가지 특별한 깨달음에로 안내했습니다.

‘내안에 약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강점도 있구나. 추함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움도 남아있구나. 결핍만 있는 것이 아니고 넘치는 부분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 말입니다. ‘이토록 큰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항상 나를 지속적으로 사랑해주셨구나!’ 하는 깨달음, ‘이토록 부족하고 불충실함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나를 당신 눈동자처럼 소중히 여기시는구나!’ 하는 깨달음 말입니다.

스페인 로욜라에 있는 이냐시오 성인의 생가를 들렀을 때였습니다. 고풍스런 성채 안에는 그분께서 탐독했던 책들부터 시작해서 그의 가족들이 쓰던 식기, 가구, 입던 옷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성 이냐시오 대성당 중앙 제대 뒤편에는 그분의 청동상이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인의 손은 어떤 글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 글귀는 예수회 회원들의 살아가는 이유이자 모토였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하여!(Ad Majorem Dei Gloriam)’

예수회 회원들은 창립자 이냐시오 성인의 영성과 정신에 따라 오직 하느님에게 영광을 돌릴 뿐 자신을 드러내지 않겠다고 서원합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하여!’

창립자나 카리스마는 다르지만 ‘동종 업계 종사자’인 동료 수도자로서 생각할수록 멋진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오늘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혹시라도 나는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이 아니라 내 영광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한 성찰을 하게 만듭니다.

이냐시오 성인의 생애는 풍파 많고 우여곡절 투성이인 우리네 삶에 큰 위안과 위로를 건네주고 계십니다. 하느님을 향해 걸어갔던 그의 여정은 참으로 파란만장했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기사(騎士)로서의 큰 성공을 꿈꾸었습니다.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그는 왕에 대한 대단한 충성심을 드러내며 목숨까지 걸고 싸웠습니다.

그러나 그를 위한 하느님의 뜻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1521년 침략해온 프랑스군과 맞서 싸우던 그는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날아온 포탄에 맞아 한쪽 다리는 부러졌고, 다른 쪽 다리마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던지 의사는 고개를 가로 저었고 병자성사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은혜롭게도 이냐시오는 그 시점에서 자신의 인생 여정 안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 하나를 마련합니다. 주님의 자비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 그는 회복과정에서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인열전’이란 영성서적을 손에 듭니다. 처음에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읽기 시작했던 그 책들이 그를 천천히 주님께로 안내했습니다.

그는 조금씩 세상의 덧없음과 허무함을 알아갔습니다. 그리고 보다 가치 있는 일, 보다 의미 있는 일, 보다 영양가 있는 인생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세속적인 성공하기 위해 아낌없이 쏟아 부었던 에너지를 예수 그리스도께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왕의 충직한 기사를 꿈꾸었던 그는 이제 하느님의 충성스런 군사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