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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메마르고 척박한 사막 한 가운데를 지날 때도 자비하신 주님께서 늘 우리와 동행하고 계심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7월 27일[연중 제17주간 화요일]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데 선봉장이 되었던 영도자 모세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파라오의 횡포를 뒤로 하고 갈대 바다를 건너 탈출한 기쁨은 잠시뿐이었습니다.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 앞에 펼쳐진 장면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나 지상낙원이 아니었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황량한 광야를 지나며 노숙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나그네 신세였습니다. 찌는 듯한 불볕더위와 살을 에는 강추위, 굶주림과 갈증의 연속이었습니다.

요즘 캠핑이나 차박이 유행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일주일, 한 달, 일 년 계속된다면 다들 힘들어 혀를 내두를 것입니다. 며칠만 지나도 어서 빨리 안락하고 쾌적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 날 것입니다.

큰 무리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느라 정신없던 모세의 귀에 슬슬 불평불만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이런 저런 민원이 접수되어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입니다.

어떤 민원들은 너무나 사소하고 짜증나는 것이어서 화도 났을 것입니다. 어떤 민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이어서 절망도 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찾아와서 대놓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왜 우리를 이집트에 그냥 놔두지 않고 끌어내서 이 광야에서 쌩고생을 시키는가? 이집트에는 맛난 고기며 신선한 야채나 과일이며, 얼마나 먹을 것이 많았던가? 하루 삼시 세끼 맨날 똑같은 메뉴도 이제 신물이 난다고!

다양한 측면의 위협으로 인해 리더십이 흔들릴 만도 한데, 지도자로서 모세의 모습이 놀랍습니다. 틈만 나면 공동체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사악한 사람들로 인해 마음고생이 많았지만, 결코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 같았으면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 내가 지금 왜 이 쌩고생을 하고 있지?“하면서 당장 때려치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세는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마다 백성을 잠깐 떠나 주님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수시로 조언을 구했고, 지혜와 도움을 청했습니다.

한없이 부족하고 변덕 투성이인 백성들을 대신해서 용서와 자비를 청했습니다. 모세의 기도는 강렬하고 간절했는데, 한번 주님과 대화를 시작하면 밤낮으로 사십 일을 단식하며 기도바치기도 했습니다.

“주님 제가 정녕 당신 눈에 든다면,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백성이 목이 뻣뻣하기는 하지만, 저희 죄악과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당신 소유로 삼아 주시기를 바랍니다.”(탈출기 34장 9절)

이런 모세의 모습을 어여삐 보신 주님께서는 흡족해하시면서 마치 절친에게 하듯이 친밀한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그 때 그 때 적절한 말씀을 해주셨고, 항상 함께 하실 것임을 약속하셨으며, 든든한 바위가 되어주셨습니다.

배우자나 자녀들, 손주 손녀들이 오래 전부터 성당에 나오지 않는 문제로 마음고생이 많은 자매님들께 제가 단골로 드리는 제안이 있습니다. 모세처럼 기도하라고 부탁드립니다.

주님과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이 실망스럽고 슬프기도 하겠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고, 자매님께서 그들 몫까지 대신해서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보시라고 권고해드립니다.

고달픈 광야 생활이 길게 느껴지겠지만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메마르고 척박한 사막 한 가운데를 지날 때도 자비하신 주님께서 늘 우리와 동행하고 계심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