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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의 눈, 생명의 눈,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의 모든 만물이 다 경이로움과 축복의 대상입니다!

7월 23일 [연중 제16주간 금요일]

이스라엘은 아시아에 속해 있지만 여러 면에서 유럽과 더 가깝습니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기에 지중해성 기후가 강합니다. 우기(10월~3월)와 건기(4월~9월)의 구분이 명확합니다.

예수님 시대 농부들은 11월 경 이른 비가 내리고 나면 적당한 때를 골라 파종을 했습니다. 우리처럼 비료를 뿌리고, 땅을 갈아엎고, 이랑을 만들어 골을 파서, 골 사이에 씨를 묻고 흙을 덮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밭으로 나가기 전 농부들은 씨앗이 가득 담긴 주머니를 허리에 찼습니다. 이리저리 다니면서 적당히 대충 씨앗을 흩뿌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쟁기질을 하여 씨가 땅에 묻히게 했습니다.

씨앗 입장에서 보면 생명을 건 하나의 도박 같은 파종방식이었습니다. 운이 좋아 좋은 땅에 떨어지면 사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재수 없는 돌밭이나 길바닥, 가시덤불 사이에 떨어지면 씨앗으로서의 인생 종치는 방식의 파종이었습니다.

이런 특별한 파종 방식을 바탕으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오늘도 생명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말씀의 씨앗이 지속적으로 뿌려지는데,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여러 유형을 보이고 있습니다.

길에 뿌려진 씨, 그들은 말씀을 듣지만 그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돼지발에 진주 격입니다. 그들은 말씀의 가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기에 아무리 소중한 생명의 씨앗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돌밭에 뿌려진 씨, 그들은 마음이 돌처럼 단단히 굳어진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이나 복음 말씀이 좋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그들 마음이 너무나 완고하다보니 말씀이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생명의 씨앗을 적극적으로 가슴에 안고자 하는 수용성, 감성이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너무나 피상적이어서 하느님께서 계속해서 그들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지만 조금도 열 기색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가시덤불에 뿌려진 씨, 그들은 말씀을 듣기는 합니다. 그러나 한 귀로 듣지만 다른 쪽 귀로 흘려버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세상의 좋은 것들에 몸과 마음이 온전히 쏠려 있어 말씀이 파고들 틈이 없습니다. 육체가 영혼을 지배하고 있으며 지상의 것들이 천상의 것들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희망으로 시작했지만 절망으로 끝나고 맙니다.

좋은 땅에 뿌려진 씨, 그들은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생명의 씨앗을 자신 안에 소중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입니다. 복음 안에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있음을 깨달은 사람들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이뤄낸 이들에게 하느님께서는 놀랄만한 선물 한 가지를 선사하시는데, 그 선물은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맛보는 것입니다.

영의 눈, 생명의 눈,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의 모든 만물이 다 경이로움과 축복의 대상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꽃봉오리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건들이 다 은총의 선물입니다.

이런 생명의 이치를 한번 깨달은 사람의 삶은 점점 더 넉넉해지고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더욱 풍성하게 내릴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 열매 맺는 삶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