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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씀을 중심으로 예수님 곁에 둘러앉는 새로운 영적 가족!

7월 20일[연중 제16주간 화요일]

복음서 안에서 이해하기 힘든 내용으로 손꼽히는 대목이 오늘 소개되고 있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오해하기 쉬운 내용이니, 잘 묵상하면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의도를 잘 파악해야겠습니다.

언뜻 보기에 오늘 예수님의 말씀이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공생활을 위해 출가(出家)하신 예수님의 안부가 궁금했던 성모님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친척들 왈, “자네 아들 예수가 미쳤나 보네. 틈만 나면 신성모독죄를 저지르고, 공개석상에서 막말을 서슴지 않고, 아마 과대망상증에 걸렸나봐. 저러다가 제 명대로 못살 듯하네.”

아들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꼬박 지새운 성모님은 사촌형제들과 함께 예수님께서 머무는 거처를 찾아와 면회를 신청합니다. 그 상황에서 제가 예수님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문밖으로 뛰어나갔을 것입니다. 어머니께 인사를 올리고 정중히 안으로 모실 것입니다. 사도들이나 둘러서 있는 사람들에게도 “제 어머니이십니다.”라고 소개해드릴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언행을 보십시오. 통상적이지 않고 정말이지 기가 찰 정도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않은 불효자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오 복음 12장 48~49절)

숙고하지 않고 들을 때 예수님의 말씀은 오해하기 십상입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 이제 어머니도 모르는 체 하시는구나, 그리스도교에서는 부모나 어른들에 대한 존경이나 배려가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부모를 각별히 사랑하고 존경의 예를 표하라고 가르칩니다. 부모 공경은 십계명 안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모에 대한 사랑은 지역이나 인종, 종교나 국가를 초월해서 보편적인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의 진의는 이것이 아닐까요? 예수님 당신의 이 세상 도래로 인해 이제 이 세상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질서, 새로운 가치관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이제 세상 모든 만물은 예수님을 정점에 두고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그분을 주님으로 고백하고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이제 모두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부모나 가족, 어른이나 친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이 절대 아닙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이 세상 그 어떤 존재에 앞서 우선적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그 어떤 존재도 예수님 위에 자리 잡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출생신분이나 가족의 배경을 무시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가족이나 친척들이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깡촌 나자렛 출신임을 경멸해서 그런 것도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제 때가 이르러 출가하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중인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예수님께서는 혈연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영적인 가족을 선택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영적인 가족은 혈연이나 지연, 학연이나 기타 세상적인 유대관계를 뛰어넘어 ‘말씀’을 중심으로 예수님 곁에 둘러앉는 가족을 말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매일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실천하는 공동체가 바로 영적인 가족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