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기적이란? 전에는 어리고 미성숙해서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터득하고 깨우치는 것!

7월 19일 [연중 제16주간 월요일]

개인이나 소그룹으로 피정오시는 분들을 맞이하고 동반하느라 하루해가 너무 짧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침실 청소며 침구 준비, 빨래며 쓰레기 처리를 직접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삼복더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힘들지만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어 크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오랜 세월 별 의식 없이 살아왔는데, 허리를 구부려 화장실 바닥을 청소할 때라든지, 냄새 지독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든지,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리하면서, 청소 노동자들께서 이 세상을 위해 얼마나 큰 수고를 하고 계시는지, 그분들이 하시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온 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은 그분들이 매일 흘리시는 땀방울과 노고에 비해 처우가 지나칠 정도로 열악하다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힘들면 제 마음대로 시간을 조절하며 푹 쉬었다 할 수도 있는데, 그분들은 그럴 여유도 없습니다.

휴게 공간이라든지 근무 조건이라든지, 직무 구조라든지, 모든 면에서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고 계시는지 우리는 잘 모르고 살아갑니다. 동시대, 같은 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고통과 절규 앞에 너무나 냉담하고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오늘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제대로 된 표징을 한번 일으켜보라고 부추깁니다. 빵을 많게 하는 기적, 죽은 소녀를 살리는 기적, 불치병 환자를 치유시키는 기적…

그토록 수많은 기적과 표징을 직접 자신들의 눈으로 확인해놓고서도 또 다른 표징을 보여 달라는 그들 앞에 예수님께서는 장탄식을 터트리십니다.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구나! 그러나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요나가 사흘 밤낮을 큰 물고기 배 속에 있었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사흘 밤낮을 땅속에 있을 것이다.”(마태오 복음 12장 39~40절)

기적과 표징에 대해서 묵상해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다른 게 기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 살아가면서 전에는 어리고 미성숙해서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터득하고 깨우치는 것이 기적이 아닐까요?

전에는 극단적 세속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조금도 의식하지 못했던 이웃들의 고통이나 슬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 참으로 놀라운 표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좁았던 안목과 시야, 인생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것, 내 영혼과 마음을 성장시키는 것, 새로운 시선으로 동료 인간들과 세상을 바라볼 능력을 지니는 것, 참으로 놀라운 기적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동료 인간을 향한 연민과 측은지심의 마음을 지니는 것, 그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현실을 그저 감내하라고만 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연대하며, 열악한 여건을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힘을 합치는 일, 이보다 더 큰 표징이 또 있을까요?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