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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7월17일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과 자비는 그분이 우리에게 선물로 보내신 메시아,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이제 예수님을 뵌 사람은 곧 하느님 아버지를 뵌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한 사람은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한 사람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의 목소리를 통해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를, 그리고 동시에 하느님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계십니다.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니, 민족들이 그의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마태오 복음 12장 19~20절)

제 개인적으로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라는 대목에서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요즘 대대적인 창고 정리에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면서 여차하면 때려 부숴버리고, 산산조각 내버리고, 불태워 버리는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간 살아오면서 기다려주고 인내하기보다, 일벌백계가 최고라고 여기면서 얼마나 많은 여리고 약한 존재들을 단죄하고 기를 꺾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주님께서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않으신다.”고 하시니,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안심이 되는지, 이토록 관대하신 주님을 아버지로 모신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제 인생 여정을 돌아보니, 솔직히 제 자신이 부러진 갈대요, 연기 나는 심지였습니다.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저를 좋으신 주님께서 일으켜주시고, 깊은 상처를 정성껏 싸매 주시고. 치유해주셨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이토록 크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수시로 체험하는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과제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 큰 사랑과 자비에 감사하면서 꺾인 갈대 같은 이웃들, 연기를 내면서 꺼져가는 심지 같은 동료들에게 다가서는 것입니다.

그들 안에 굳건히 자리하고 계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들을 살아계신 하느님으로 여기고. 하느님 대신 큰 인내와 관대함으로 그들을 일으켜 세워주고 치유해주는 것입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예수님을 닮아 보기만 해도 가슴 설레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만날 때 마다 힘차게 살아갈 강력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사람, 비록 이 시대가 아무리 암울하다할지라도 아직까지 이 세상은 살아볼만한 세상임을 알려주는 사람, 존재 자체로 선물인 사람이 있습니다.

결국 미우나 고우나 사람이 희망입니다. 비록 가까이 몸 붙여 살아가다보니 갖은 상처를 주고받지만, 매일 티격태격 매순간 좌충우돌하는 피붙이들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서 희망을 찾아야 합니다. 그들 안에서 구원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들과 함께 구원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바라시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하면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인간들의 마지막 희망, 최후의 보루로 남고자 노력하셨습니다. 당신 친히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오셔서 그들의 고통과 절망, 시름과 한숨을 몸소 경험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가장 밑바닥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죽음만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세상 모든 민족들이 ‘그의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는 예언을 당신 생애 전체를 통해서 실현시키셨습니다.

오늘 희망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또 다시 선물로 베푸시는 희망의 이 하루,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 존재 자체로 그들의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짓게 할 선물이 되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헌신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