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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냥 순박함이 아니라 슬기로움을 토대로 한 순박함입니다. 슬기로움 역시 순박함을 기초로 한 슬기로움입니다!

7월 9일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굽이굽이 험난한 산맥들과 다양한 유혹거리들이 산재해있는 인생길을 걸어가는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께서는 마음 깊이 새겨둘 정말 필요한 한 말씀을 건네고 계십니다. 이 말씀만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면 우리 삶이 훨씬 평화롭고 풍요롭게 될 것입니다.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마태오 복음 10장 16절)

선과 악이 공존하는 요동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무조건 착해빠져서만은 안될 것입니다. 제가 그런 사람 참 많이 봤습니다.

어디 가나 사람 좋다는 말 듣습니다. 누가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의 감언이설에 쉽게 넘어갑니다. 언제나 속아 넘어가고 이용당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뱀처럼 슬기로운 태도입니다. 슬기로움이란 지혜로움입니다. 이상과 현실을 잘 조화시키는 것입니다. 정확한 식별력을 지니는 것입니다. 균형감각을 지니고 상식을 중요시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약삭빠르고 계산적이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래서 비둘기처럼 순박한 자세가 또한 필요합니다. 그냥 순박함이 아니라 슬기로움을 토대로 한 순박함입니다. 슬기로움 역시 순박함을 기초로 한 슬기로움입니다.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최첨단 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복음 선포의 길에서 고유한 매력과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갖은 유형의 적대자들의 무차별 공격 앞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힘과 탁월한 지혜도 필요합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교회 안에서도 충실해야 하며 전문성을 지녀야겠지만, 최첨단•글로벌 세상 안에서도 충실해야 하며 전문성을 지녀야겠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 안에서도 동료들로부터 찬사와 박수갈채를 한 몸에 받는 모범사원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학교 안에서도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서가는 우등생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경쟁력과 전문성이라는 개념이 복음 정신과 상충되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은 각자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상 안에서도 빛나는 삶을 살아, 주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려야 할 것이다. 그런 삶이야말로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삶이며, 삶을 통한 복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심이 깊고 착하기만 하지 성적이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뱀처럼 지혜로워지라는 주님 말씀에 좀 더 방점을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바오로 사도의 빛나는 승리의 길, 강한 경쟁력, 불굴의 의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가 착하고 순결하기만 하지 지혜롭지 못하다면, 악한 이리 떼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세상 안에서도 패배자나 낙오자로 밖에 살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세상 안에서 주님 사랑 받는 사도로 살아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충실히, 더 열심히 살아가야만 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