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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수님께서는 바오로 사도에게 치유의 은총이 아니라, 병을 잘 견뎌내는 은총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7월 4일 [연중 제14주일]

바오로 사도는 언변보다 집필에 더 탁월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의 뛰어난 문학적 소양을 가장 잘 드러내는 편지가 코린토 2서입니다. 몇몇 표현들은 2천년 세월을 건너와 오늘 우리에게 큰 기쁨과 위로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코린토 2서 2장 15절)

“우리는 온갖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4장 8~9절)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약함도 모욕도 재난도 박해도 역경도 달갑게 여깁니다. 내가 약할 때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12장 10절)

쉼 없이 방황하고 흔들리는 초대교회 신자들을 향한 바오로 사도의 사목적 열정이 코린토 2서 전체를 휘감고 있습니다. 때로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어투로 격려하는가 하면, 때로 노기 띤 어조로 꾸짖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그 모든 노력은 어리고 여린 초대 교회 신자들을 향한 애끓는 사랑에서 기인된 것입니다. 특히 오늘 우리가 봉독한 12장은 바오로 사도가 서기 57년경에 쓰신 ‘눈물의 편지’로 유명합니다.

회심이후 바오로 사도가 보여준 여러 태도 가운데 가장 변화된 측면이 한 가지 있다면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들을 아무 스스럼없이 공개하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약점이나 결핍, 실수나 흑역사들을 어떻게 하면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꽁꽁 감출까 고민합니다. 감추는 것뿐만 아니라 그럴듯하게 미화시키고 포장하려고 기를 씁니다. 그러니 삶이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과의 참 만남을 통해 새 인간으로 재탄생한 바오로 사도에게 있어 어두웠던 과거나 부끄러운 실수가 더 이상 문제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발산하신 강렬한 생명의 빛 앞에 자신의 모든 죄악이나 어둠이 완전히 소멸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바오로 사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있다면, 자신 안에 주님께서 더욱 커지고 더욱 영광과 찬미를 받으시는 것입니다. 이제 자신의 체면이나 이미지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바오로 사도 자신이 작아지고, 낮아지는 것에 대해서 조금도 개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주님만이 전부인 사람이 된 것입니다. 초월의 경지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런 바오로 사도였기에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가장 부끄럽고, 가장 감추고 싶은 약점까지도 사람들 앞에서 담담하게 밝힐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내가 자만하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내 몸에 가시를 주셨습니다. 그것은 사탄의 하수인으로, 나를 줄곧 찔러대 내가 자만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12장 7절)

여기서 바오로 사도가 말하고 있는 ‘가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들이 난무합니다. 이는 바오로 사도가 전도 여행길에 겪은 내적, 육체적 병고로 여겨지는데, 구체적인 병명을 알 길이 없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엄청난 계시의 은총을 받은 나머지 자만하거나 우쭐해질세라, 하느님께서 엄청난 병고를 주셨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험난한 전도 여행길에 바오로 사도는 자주 치유의 은총을 청하는 기도를 예수님께 올렸습니다. 더 건강해지면, 더 열정적으로 복음 선포를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쉼 없이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바오로 사도에게 끝끝내 치유의 은총을 선물로 주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그에게 병을 잘 견뎌내는 은총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병약한 바오로 사도가 그 몸을 이끌고 최선을 다해 복음 선포를 강행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인간의 힘,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예수님의 힘과 능력으로 복음 선포에 매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