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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적인 것이 아니라 영혼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로 살아가야겠습니다!

6월 19일[연중 제11일주간 토요일]

시골에 와서 살아보니 참 좋은 일이 많습니다. 눈호강을 많이 하게 됩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각양각색의 예쁜 꽃들이 수시로 교대하며 피고지고를 거듭합니다. 이맘때 쯤 저희 마을 주변에는 샛노란 금계국이며 어여쁜 달맞이꽃이며 키다리 접시꽃이 한창입니다.

한두 송이라면 별볼일 없을텐데, 수백수천 송이들이 일제히 환하게 웃으며 활짝 피어있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우리 인간 각자를 보시는 하느님 시선도 마찬가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만 홀로 활짝 충만하고 찬란하게 살아가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기쁘게 살아가는 것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훨씬 더 행복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 특별히 돌보아주지 않아도, 극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해가 바뀌고 계절이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사하고 청초한 얼굴을 내미는 예쁜 친구들을 바라보며 오늘 나리꽃과 관련된 예수님 말씀이 저절로 수긍이 갑니다.

“너희는 왜 옷 걱정을 하느냐?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 그것들은 애쓰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마태오 복음 6장 28~29절)

세상 미소한 존재들, 우리 눈에 하찮아 보이는 지극히 작은 존재들도 눈여겨보시고 배려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렇다면 당신께서 창조하신 존재 가운데 가장 으뜸이요 큰 기쁨인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얼마나 크고 각별한 것인가 생각하니, 마음이 참으로 훈훈해집니다.

세상 안에 작은 존재들을 총애하시는 하느님, 약하고 부족한 존재를 각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파악한 바오로 사도였기에, 오늘 첫번째 독서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 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렵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약함도 모욕도 재난도 박해도 역경도 달갑게 여깁니다. 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2코린토 12장 9~10절)

“왜 옷 걱정을 하느냐?”는 예수님 말씀에 백배 공감이 갔습니다. 저희 공동체 옷방에 가면, 각종 옷들이 수두룩합니다. 선교사로 떠난 형제들, 유학 떠난 형제들, 돌아가신 형제들, 다른 곳으로 소임 받고 떠난 형제들이 두고 간 옷들입니다.

계절이 바뀌고, 옷이 궁할 때 마다, 너나할것 없이 들어가, 필요한 옷을 챙깁니다. 때로 재수 좋으면 제대로 된 메이커에 딱 맞는 옷도 있지만, 조금 헐렁하다든지, 꽉 낀다든지, 유행이 지나 좀 촌스럽다 해도 별 상관없이 입고 다닙니다. 그런 형제들의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고 멋져보입니다.

예수님 말씀 따라 더 이상 옷 걱정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더 이상 ‘명품’에 집착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대신 존재 자체로 명품이 되어야겠습니다. 품격있는 행동거지, 품위있는 언어구사, 기품있는 신앙생활로 명품 영혼의 소유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점차 먹고 입고 즐기는 것으로부터 초월해나가야겠습니다. 대신 내 안에 하느님 나라, 복음, 이웃 사랑의 실천, 더 가치있고 의미있는 보물들의 영역이 확장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드러나는 외적인 것에만 신경쓴다 할지라도, 우리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로 살아가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