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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님은 그리스도께서 지상에 머무실 첫 거처이자 지성소로서 가장 합당한 장소였습니다!

6월 12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신 기념일]

어제 예수성심대축일에 이어 오늘은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과거 왕가에서는 왕의 부인이나 왕자의 부인을 간택할 때, 엄청난 숫자의 후보 규수들을 점지해놓고, 그 가운데서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평판이 좋은 가문의 여인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인들, 가장 깨끗하고 흠없는 여인들 가운데서 심사숙고해서 선발한 것입니다. 건강하고 지적이며, 흠없는 왕손을 얻기 위해 그 어머니 역시 건강하고 흠없는 여인이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세속의 왕의 어머니가 될 여인도 그렇게 세심하게 준비시키는데, 하물며 만왕의 왕, 구세주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실 분을 아무런 준비없이 선택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심사숙고 끝에 당신 아들 예수님의 어머니가 될 여인을 고르셨는데, 가장 잘 준비된 분, 아무런 흠도 티도 오점도 없는 순결하신 분, 원죄에 물들지 않으신 분을 선택하셨는데, 바로 나자렛의 마리아였습니다.

평소 머릿칼보다 많은 일상의 죄 속에 깊이 파묻혀 살아가다보니, 티없이 깨끗하게 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죄를 좀 덜짓는다면, 우리가 좀 더 자주 고백소에 들어가면, 좀 더 순결하게 살아간다면, 티없이 깨끗함이 우리에게도 해당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좀 더 자주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좀더 하느님 안에 머무르며, 좀 더 하느님과 일치하며, 좀 더 하느님께 순종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도 성모님처럼 깨끗하게 살아갈 희망을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다음 주에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친히 우리 본당이나 우리 공동체를 찾아오신다면, 우리는 그분을 어디에다 모실 것입니까?

그 특별한 손님을 아무 방에나 모시지 않을 것입니다. 제일 전망이 좋은 특실, 가장 넓고 쾌적한 방에 모실 것입니다. 물론 몇 사람이 며칠간 달라붙어 침실이며 화장실이며, 번쩍번쩍 광채가 날 정도로 깨끗히 청소할 것입니다. 그것이 그 특별한 손님에 대한 합당한 예우일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님을 바라보니 조금 이해의 폭이 생겼습니다. 인간을 위한 거처 마련에도 그렇게 공을 들이는데, 하물며 하느님을 위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육화강생하시는 과정에서 그분의 거처는 너무나도 당연히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거룩해야 마땅한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님은 그리스도께서 지상에 머무실 첫 거처이자 지성소로서 가장 합당한 장소였던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티없이 깨끗하신 분이라는 것은 우리 교회 공동체를 위한 하느님의 배려이자 구원계획의 성취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 앞에 거룩하고 흠없으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기를 원하십니다. 이런 면에서 성모님은 새로운 하느님 백성이자 새로운 교회의 모델인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