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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 교회 성장을 위한 씨앗이요 거름입니다!

6월 3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유럽 대륙과 인접해있는 북 아프리카 지역과는 달리 동 아프리카 지역의 복음화는 꽤나 늦게 이루어졌습니다. 내전(內戰)으로 유명한 우간다의 경우 1879년 첫 선교사들이 파견되었는데, 가톨릭에 우호적이었던 므데시 추장이 세상을 뜨면서 교회는 크나큰 시련의 시기를 맞이합니다.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무왕가가 후임 추장으로 등극하면서 피비린내나는 박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충신이라고 여겼던 부하 므카사가 가톨릭 신자인 것을 알게 되자, 배신감에 길길이 뛰면서 즉시 참수형에 처합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는 가를로 르왕가가 찬수당한 무카사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는데, 그 역시 이미 열심한 가톨릭 신자로서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추장 몰래 예비자 교리를 실시했고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은밀하면서도 적극적인 선교 활동에 헌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미 반 가톨릭 노선을 확고히 한 무왕가였기에, 기를 쓰고 신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가를로 르왕가를 비롯한 모든 신자들이 체포하였습니다. 1886년 6월 3일 적대자들은 가를로 르왕가를 비롯한 신자들의 옷을 발가벗기고 온몸을 동아줄로 꽁꽁 묶었습니다,

사형 집행인들은 큰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새 그들 특유의 춤과 노래를 부르면서, 신자들을 조롱하고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동이 터올 무렵 한명 한명 참혹하게 처형했습니다.

놀라운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순교자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추장과 가까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추장 관내에서 일하던 사람들, 추장의 수행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과 직속 상관 둘 사이에서 하느님을 선택한 것입니다.

추장 무왕가 입장에서 잘 아는 얼굴들이었고, 자신을 위해 봉사한 사람들이었기에 웬만하면 봐줬을 것입니다. 가톨릭 신앙을 끊겠다는 말 한 마디면 사형을 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하느님만을 최우선 순위로 선택했고, 왕의 불순한 요구를 묵살했습니다. 그 결과 어떤 사람은 참수형으로 어떤 사람은 화형으로 순교한 것입니다.

1920년 가를로 르왕가를 비롯한 우간다 순교자들은 영광스럽게 시복되었습니다.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 교회 성장을 위한 씨앗이요 거름’이라는 말처럼, 그들의 순교 직후 바간다 족들 가운데 5백명이 세례를 받았고, 3천 여명의 예비자들이 쇄도해, 오늘날 우간다 가톨릭 교회를 활짝 꽃피우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피비린내 나는 순교가 드믄 이 시대, 현대의 순교자는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오늘날 순교란 순간순간 죽고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순교란 죽은 사람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입니다. 죽은 사람은 어떻게 처신합니까? 그저 묵묵부답입니다. 모욕을 줘도 침묵합니다. 멸시를 당해도 침묵합니다. 그저 하느님 자비와 은총만을 바랄 뿐입니다.

현대의 순교는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일입니다. 한번 두 번이 아니라 열 번 스무 번, 끝도 없이 내어놓은 일입니다.

뭘 내어놓을 것입니까?

전혀 없을 것 같지만, 곰곰이 따지고 보면 얼마나 내어놓을 것이 많은지 모릅니다. 시간을 내어놓고, 재능을 봉헌하고, 재산을 나누고, 삶을 봉헌하는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