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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앙인의 선배로서 토빗이 우리에게 건네는 한 가지 탁월한 본보기가 있습니다. ‘한결같음’입니다!

6월 2일 [연중 제9주간 수요일]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씻을 수 없는 수모요 고통이었던 바빌론 유배 시기에 이스라엘 공동체가 낳은 걸출한 명작들이 있었으니,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 마카베오기 등입니다.

인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성인들이나 명사들 가운데 세상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 있듯이, 가장 혹독했던 시련의 시기를 보내던 이스라엘 역시 토빗기라는 명품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토빗기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바빌로니아 유배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습니다. 민족의 자존심이 참담하게 구겨지고 짓밟히던 유배 기간에도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수호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유다인들의 흔적이 토빗기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토빗은 납탈리 지파의 후손으로 아시리아 살만에세르 임금 시대에 티스베에서 포로로 끌려갔는데, 고향에서 살 때나 유배지에서 살때나 한결같이, 평생토록 진리와 선행의 길을 걸었습니다.

특히 토빗은 하느님께서 유다인들에게 선물로 주신 율법을 충실히 지키면서 틈만 나면 자선을 베풀고 의롭게 살았습니다. 오순절 명절을 맞아 축제 음식을 잘 차려놓고 먹기 직전에 토빗은 동포 한 사람이 살해당해 장터에 버려졌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토빗은 잔치 음식을 맛보지도 않은채 벌떡 일어나 주검을 수습했고, 해가 진 다음에 큰 슬픔에 잠겨 울면서 그를 잘 묻어주었습니다. 사실 시신을 함부로 손대면 절대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목숨을 무릅쓰고 큰 자선을 베푼 것입니다.

그런데 그토록 착하고 신앙심 깊은 토빗이 갑작스레 큰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잠을 자던 중 뜨거운 참새똥을 두 눈에 맞게 되고 점차 시력이 약해지더니 마침내는 완전히 멀어버린 것입니다. 그는 네 해 동안 시력을 잃은 채 지냈습니다.

그로 인해 토빗의 아내 안나가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품팔이를 하게 됩니다. 그런 비참한 상황에서도 토빗은 한결같이 하느님만 바라보며 올곧고 정직하게 살아갔습니다. 그런 토빗의 모습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아내는 이렇게 비아냥댑니다.

“당신의 그 자선들로 얻은 게 뭐죠? 당신의 그 선행들로 얻은 게 뭐죠? 그것으로 당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다들 알고 있어요.”(토빗 2장 14절)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했던 토빗은 마음이 너무 괴로웠던 나머지 탄식하며 울었습니다. 그러나 울고만 있지 않고 기도하며 울었습니다. 그의 기도가 얼마나 솔직하고 강렬했던지 하늘에 가 닿을 정도였습니다.

“명령을 내리시어 제 목숨을 앗아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제가 이 땅에서 벗어나 흙이 되게 하소서. 저에게는 사는 것보다 죽은 것이 낫습니다. 제가 당치 않은 모욕의 말을 들어야 하고 슬픔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주님, 명령을 내리시어 제가 이 곤궁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제가 이곳에서 벗어나 영원한 곳으로 들게 하소서. 주님 저에게서 당신의 얼굴을 돌리지 마소서.”

토빗의 기도를 통해 당시 그가 얼마나 괴로웠던지를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토빗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겨웠던지 ‘이렇게 사느니 죽는게 더 낫다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토빗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의도로 바친 기도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토빗의 기도에는 진실성이 듬뿍 묻어있습니다.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힘겨운 처지를 아무런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주님께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마치 바로 눈앞에 주님께서 계신 것 처럼, 친밀하면서도 격의 없는 기도를 열정적으로 바치고 있는 것입니다.

신앙인의 선배로서 토빗이 우리에게 건네는 한 가지 탁월한 본보기가 있습니다. ‘한결같음’입니다. 주님을 향한 그의 신앙은 항구하고 충실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주님을 찬양했습니다.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언제나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그토록 충실했고 한결같았던 토빗이었기에, 주님께서는 후에 그가 잃었던 모든 것을 되돌려주셨고, 회복시켜주셨습니다. 축복과 은총을 흘러 넘치도록 베풀어주셨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