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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원 역사는 성부로부터 유래하고, 성자에 의해서 실현되며, 성령에 의해서 충만히 성취됩니다!

5월 30일[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또 다시 저희 사제들에게 늘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삼위일체대축일이 돌아왔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삼위일체대축일만 돌아오면 마음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곤 했습니다.

‘제발 이번 주일 미사가 내 차례가 아니었으면…다른 형제가 주례하면 편안히 앉아서, 어떻게 강론을 풀어가나 흥미진진하게 들으면 좋을텐데…’

지난 시절 돌아보니 삼위일체 교리와 관련해서 얼토당토않은 ‘이단’으로 빠진 적도 참 많았습니다. 그냥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삼위일체와 관련된 교부들의 가르침이라도 소개해드렸으면 좋을텐데, 나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며 별의별 논리들을 다 동원해서 신자들을 햇갈리게 만든 죄, 어찌 보속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삼위일체와 관련된 이레네우스 교부의 가르침이 참으로 설득력 있습니다.

“모든 구원 역사는 성부로부터 유래하고, 성자에 의해서 실현되며, 성령에 의해서 충만히 성취됩니다. 성자와 성령은 성부이신 ‘하느님의 두 손’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교부의 해석도 신선합니다.

“성부께서는 ‘낳으시는 분’이시고, 성자께서는 ‘나시는 분’이시며, 성령께서는 ‘발(發)하시는 분’이십니다.”

“아버지는 그 자체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들과의 관계를 전제로 하며, 아들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사랑의 관계로 부터 사랑의 성령께서 발출하셨습니다.”

성삼위에 관한 윤주현 신부님의 설명 역시 은혜롭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성삼위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세 위격께서 우리 영혼 안에 거하시게 됩니다. 성부께서는 우리가 당신 자녀로 합당하게 살아가도록 인도해주시며, 성자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성부께서 어떤 분인지 알려 주십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를 더 깊이 사랑하고 그분들의 뜻에 따라 살아가도록 사랑을 부어주시며 우리를 내적으로 이끄십니다. 이렇게 세분과 더불어 사랑의 삶을 완성해 가는 것이 곧 신앙생활입니다.”

이렇게 성삼위께서는 만물을 창조하신 전능하신 성부와,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구체화된 자비와 연민의 성자와, 감미로움과 은은함과 섬세함의 근원이신 성령께서, 온전히 한 몸이 돼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삼위로 존재하시는 이유에 대해서 묵상해봅니다. 성삼위께서는 상호 온전히 하나로 결속되어 완벽한 일치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계십니다.

성삼위께서는 언제 어디서나 항상 소통하시고 상호 증여하시며 한 마음 한 몸이 어떤 것인지를 모델로 제시하고 계십니다. 언제나 자기 본위의 자세를 탈피해서 서로 낮추시고 서로 순명하시며 사랑하십니다. 성삼위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통합된 사랑이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의 발밑을 한번 내려다봅니다. 이리 갈라지고 저리 찢겨지고 사분오열되어 있습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더 자주 바라볼 순간입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는 오늘 우리 사이, 우리 공동체 사이, 국가와 민족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높은 장벽을 당장 허물 것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는 ‘나와 너무 다른’ 너를 너그럽고 관대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을 기대하고 계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