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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의 하느님은 아니 계신듯 하지만 반드시 계시는 분이십니다!

5월 27일 [연중 제8주간 목요일]

제목부터 조금은 생뚱맞은 성경이 집회서(集會書)인데, 알고보니 엄청난 책이더군요. 먼저 집회서는 유다 지혜문학을 총결산하는 중요한 책입니다.

집회서는 유다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저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탈무드에도 자주 인용될만큼 유다 문학의 탁월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집회서는 초기 교회 입교 대상자들을 위한 교재로 사용된 책입니다.

불가타 성경에서는 에클레시아스티쿠스(Ecclesiasticus)라고 표현되는데, 우리 말로 번역하면 ‘모임의 책’, ‘교회의 책’입니다. ‘교회 공동체 모임에 교재로 사용되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집회서의 기본 주제는 이스라엘 지혜 문학의 핵심인 ‘주님을 경외함’입니다. 이 주제를 바탕으로 저자는 인생사 거의 모든 주제를 섭렵하고 있습니다.

우정, 자선, 자녀 교육, 여성과 아내, 의학과 질병, 부와 가난, 종을 다루는 법, 잔치와 식탁 예법, 축제와 경신례, 하느님과 율법, 창조와 인간의 자유, 죽음 등등.

오늘 집회서는 전지전능하시고 오묘하고 신비로운 하느님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깊은 바다와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리시고, 그 술책을 꿰뚫어 보신다. 사실 지극히 높으신 분꼐서는 온갖 통찰력을 갖추시고, 시대의 표징을 살피신다. 그분께서는 지나간 일과 다가올 일을 알려 주시고, 숨겨진 일들의 자취를 드러내 보이신다. 어떤 생각도 그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분 앞에서는 말 한 마디도 숨길 수 없다.”(집회서 42장 18~20절)

집회서 저자의 강조처럼 하느님께서는 지극히 전능하신 분이십니다. 또한 태초부터 지금까지 어디에나 계시는 분이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란 존재는 부족한 인간의 지력으로 언제나 포착하기 힘듭니다.

수많은 현자들과 학자들이 하느님이란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지만, 이 세상 그 누구도 딱! 손에 잡힐 듯 명쾌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계시는 듯, 아니 계시는 듯, 피안의 언덕 위에 그렇게 계시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하느님이란 존재가 인간의 노력으로 낱낱이 다 파헤쳐지고, 그 모습이 온 세상에 남김없이 드러난다면,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아니 계신듯 하지만 반드시 계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은 멀리 계시는 듯 하지만 사실 너무나 가까이 계시는 분입니다. 하느님은 진작 내게서 떠나신 듯 느껴지지만 언제나 항상 나와 함께, 내 안에 현존해 계시는 분이십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아우구스티누스 교부는 고백록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늦게야 님을 사랑했습니다. 이렇듯 오랜, 이렇듯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내 안에 님이 계시거늘 나는 밖에서, 나 밖에서 님을 찾았습니다. 님은 나와 같이 계시건만 나는 님과 같이 아니 있었나이다.”

하느님께서는 어느 다른 하늘 아래 계시는 분이 아니라, 바로 내 영혼 안에, 내 정신과 마음 안에 항상 현존하시며,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는 분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