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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진정 다시 한번 새출발해보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성령의 음성에 진지하게 귀기울여보십시오!

5월 23일[성령 강림 대축일]

제조업 현장에서 근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수출역군으로서 국가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뿌듯함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정겨웠던 동료들 얼굴도 그립습니다. 그러나 개미처럼 일만 하던 기억이 더욱 선명합니다.

한 몇년 밥 먹듯이 잔업과 특근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과연 이게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커다란 기계 속에 고정된 하나의 부품과도 같은 생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그저 매일 똑같은 일과가 반복되던 ‘미칠 것만 같던’ 나날이었습니다. 신앙생활도 그저 그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저는 본당 주보에 실린 ‘성령쇄신세미나’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그래! 바로 이거야!’ 하는 내면으로부터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미사가 끝난 즉시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세미나 과정이 전개될수록 저는 점차 ‘그분께서 제 안에 계셨건만, 너무도 멀리서 그분을 찾아 헤맸던’ 제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성령과는 담을 쌓고 살았기에, 철저하게도 무미건조했던 제 신앙생활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있었던 한 사려 깊은 봉사자와의 면담을 통해 제가 그간 옳다고 생각해왔던 ‘그 모든 것이 다 틀린 것이었음’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미나의 대미(大尾)를 장식한 ‘안수’의 순간에 제가 느꼈던 은총의 체험은 지금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봉사자들의 정성스런 기도가 시작되었고, 안수예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세파에 지칠 대로 지친 한 가련한 영혼, 방황을 끝내고 아버지께 돌아온 한 부끄러운 영혼을 성령께서는 포근하게 감싸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힘차게 제 안에서 활동을 시작한 성령의 손길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 출발을 촉구하시는 하느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 체험임을 밝힙니다. 그렇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성령께서는 세례를 통해 이미 우리 안에 항상 현존해 계시는 분이라는 진리를 말입니다. 우리의 둔감함으로 인해, 우리의 지나치게 세속적인 사고방식, 육적인 삶의 양식으로 인해 우리가 그분의 현존을 의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진정 다시 한번 새출발해보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우리 안에 머물고 계시는 성령의 음성에 진지하게 귀기울여보십시오. 그분의 현존과 협조, 활동을 자각하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보십시오.

무미건조한 신앙생활, 형식적인 미사참례, 하느님 체험의 부족으로 인해 신앙생활의 권태기에 접어든 분들을 위해 저는 지체없이 우리 안에 이미 현존해 계시는 성령을 다시 한번 의식하는데 보다 노력해보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성령 안에서의 새 생활’을 통해 우리는 신앙생활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매일의 나날을 새롭게 하시는 분,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께로 인도하시는 감미로운 바람같은 분이 성령이십니다.

오늘도 진리의 성령께서는 척박한 우리 영혼의 회심을 촉구하시며 사랑의 기적을 계속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 삶의 영원한 길잡이이자 진리이신 성령께서 다시 한번 우리 인생에 굳건히 닻을 내리도록 우리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는 성령강림대축일이 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