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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님, 지금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어서 일어나 도와 주십시오!

5월 8일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오늘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교회 공동체의 정의, 본질, 의미는 무엇인가?’ 묻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인듯 합니다.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알고 있어야, 구성원으로서 합당한 가치관이나 지향점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 공동체를 통해서 우리가 기대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웬만한 파도 앞에서는 미동도 하지 않는 크고 안전한 배? 그 안에서 누리는 잔잔한 마음의 평화? 건강과 안전? 가화만사성? 끝도 없는 승승장구?

일정 부분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존경하는 헨리 나우웬 신부님의 교회에 대한 정의는 참으로 인간적이고 따뜻하며, 동시에 설득력이 있습니다.

“교회는 모자라고 나약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비틀거리는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주님을 만나게 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교회 공동체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 교부의 정의도 매력적입니다.

“하느님의 위로와 세상의 박해 사이를 걸어가는 양떼들의 모임.”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 여정에 하느님께서 분명히 우리 한 가운데 굳게 현존하심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동시에 세상과 적대자들로부터 받게 되는 멸시와 수모 역시 기정 사실입니다. 고통과 시련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 것이지요.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요한 복음 15장 18~19절)

결국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지상 여정을 나아가는 동안 겪게 될 다양한 고통과 시련 앞에서 너무 괴로워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박해와 미움 앞에서 너무 분노하거나 집착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한쪽에서는 역동적인 성령의 활동에 힘입어 우리 교회는 순풍에 돛단듯이 앞으로 전진하며 성장해나가지만, 다른 한편에는 언제나 교회를 분열시키고 파괴시키려는 악의 세력이 존재합니다.

교회 역사를 살펴보면 언제나 두 세력의 투쟁이 계속 되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교회가 적대자들과 세속의 권력자들로부터 받은 박해와 고통은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마다 하느님의 더 큰 위로와 격려가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은총과 구원이 있었습니다.

교회 공동체라는 배 위에 승선한 우리가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진리가 한 가지 있습니다. 교회라는 배는 세상이라는 배와는 근본적으로 결이 다른 집단, 철저하게 차별화된 집단입니다.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세속적 가치의 충돌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로인해 발생하는 고통과 박해 역시 당연한 일인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는 참으로 아이러니 한 공동체입니다. 거룩함과 공동선을 지향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나 흔들리며 틈만 나면 표류합니다. 근본적으로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인 우리 인간들의 집합체여서 그렇습니다.

쉼없이 흔들리고 표류함에도 불구하고 선장이신 주님께서 교회 공동체 안에 변함없이 현존하고 계심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때로 아니 계시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잠시 휴식을 취하시거나 잠드셨을 때일 것입니다.

그러니 견디기 힘들때, 감당하기 벅찬 파도가 밀려올 때면 목청껏 선장이신 주님의 이름을 불러야겠습니다. 그분을 흔들어 깨워야겠습니다. 사도들처럼 말입니다. “주님, 지금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어서 일어나 도와주십시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