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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신은 쓴맛이 조금도 없는 감미(甘味)이시므로 그 감미로움으로 배고픈 우리를 먹이십니다!

4월 29일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꽃과 예술의 도시 피렌체에 이어 인접해있는 도시 시에나에 들렀을 때였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돌아간 느낌, 시간이 멈춰 선 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 사이로 빼곡히 들어선 고풍스런 옛 건축물 사이를 걸어 다니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토록 고색창연한 명품도시 시에나를 더욱 빛나게 하는 인물이 있으니, 아름답고 매력 넘치는 성녀(聖女)로 유명한 시에나의 카타리나 동정 학자(1347~1380)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하였지만 도미니코회 재속3회 회원으로서 그녀는 탁월한 신앙생활은 즉시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주님을 향한 열렬한 사랑, 빛나는 수덕생활, 사심 없는 이웃사랑의 실천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지상에서 머물러야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불과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단명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하루하루를 불꽃처럼 살았습니다. 이런 그녀에게 후세 사람들은 대신비가, 탁월한 중재자, 위대한 신학자, 명설교가, 간호사들의 수호성인, 최초의 여성 교회 박사 등의 영예로운 호칭을 부여했습니다.

카타리나는 언제 어디서나 주님을 찾았고 만났으며, 사랑의 합일로서 주님과 일치되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그녀의 고백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주님 사랑에 깊이 빠져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나의 벌거벗음을 덮어주시는 의복이십니다. 당신은 쓴맛이 조금도 없는 감미(甘味)이시므로 그 감미로움으로 배고픈 우리를 먹이십니다. 오, 영원한 삼위일체이시여!”

깊은 묵상과 관상기도 안에서 주님의 형상을 뵙고 난 카타리나는 그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향해 인자하게 웃으시자 두근거리던 제 가슴이 진정되었습니다. 저도 그분을 향해 방긋 웃었습니다. 제가 그분 앞에 무릎을 꿇자 제 마음은 충만한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부활절 아침 성당의 종소리를 들을 때보다도 더 기뻤습니다. 성탄전야 아기 예수님을 구유에 눕혀드릴 때보다도 더 기뻤습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품에 안길 때보다도 더 기뻤습니다.”

살아생전 언제나 주님을 눈앞에 뵙듯이 살았으며, 살아있는 주님이신 가난한 이웃들을 지극정성으로 섬겼던 그녀에게 주님께서는 오상(五傷)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천국을 확신한 그녀였기에 임종 직전 이런 유언을 남깁니다.

“사랑하는 내 자녀들이여, 이렇게 울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나는 이 눈물의 세상을 떠나서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평화 속에 쉬러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기뻐하셔야 합니다. 나는 여러분 모두와 늘 가까이 있겠고, 또 하늘에서는 더욱 열심히 어머니 역할에 충실할 것을 약속합니다. 주님께서 부르시니 가겠습니다. 주님의 귀중한 피로써 나를 구원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