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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 아무리 죄가 크다 해도 괜찮습니다. 하느님 자비는 더욱 크기 때문입니다!

4월 28일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밥먹듯이 죄를 짓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으로 위로가 되는 예수님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왔다.” 심판자가 아니라 구원자!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사실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하느님 상은 피도 눈물도 없는 심판관으로서의 모습이 우세했습니다. 그래서 유다 백성들은 자신들의 우상숭배 앞에 크게 진노하시며 벌주시는 심판과 단죄의 하느님이 그리도 두려웠습니다. 저지른 잘못이나 악행의 경중에 따라 처벌하시는 징벌의 하느님 얼굴을 피하고만 싶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모습은 전혀 딴 판이었습니다. 그분께서 공생활 기간 내내 입에 달고 다니신 말씀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심판이 아니라 구원!”

은혜롭게도 육화강생하신 예수님께서는 심판자나 처벌자의 모습이 아니라 한없이 부드럽고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때로 더없이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여행길의 절친한 동반자로, 끝도 없이 기다리고 용서하는 그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 것입니다.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단죄가 아니라 구원’ 때문이라는 사실,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요.

오늘도 제 삶 안에 길게 드리워진 짙은 죄의 뿌리를 슬픈 얼굴로 바라봅니다. 밥 먹듯이 지어온 숱한 죄와 과오 속에 살아온 제 지난날을 돌아봅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으로 인해 다시금 희망을 갖습니다. 우리의 죄가 진홍빛 같을지라도 죄질이나 죄 값은 뒷전이신 예수님, 오직 우리들의 해방, 구원, 영원한 생명에만 관심이 지극하신 자비의 예수님 때문에 오늘 다시 한 번 힘차게 일어서야겠습니다.

아무리 우리 죄가 크다 할지라도 결국 우리는 모두 구원될 것입니다. 우리 죄가 아무리 크다 해도 괜찮습니다. 하느님 자비는 더욱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단죄하고 속박하지 않는 한, 결국 우리는 무상으로 베푸시는 하느님 은총의 나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심판이 아니라 구원하시는 예수님 앞에 오늘 우리 각자가 취해야 할 태도가 한 가지 있습니다.

오늘 우리 스스로를, 그리고 우리 교회 공동체를 유심히 바라보면 성(聖)과 속(俗)이 뒤범벅되어 있습니다. 어제 천국을 살았지만 오늘은 지옥 체험을 합니다. 어제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탄의 얼굴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 각자 개별 그리스도인들은, 그리고 우리 교회 공동체는 시시각각으로 늘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입니다. 부단히 예수님께로 나아가야합니다. 그분께서 매일 건네시는 생명과 구원의 복음을 듣고 살아야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심판받지 않고 구원되는 지름길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