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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 사람의 착한 목자에게 또 다른 착한 목자가 탄생합니다!

4월 26일 [부활 제4주간 월요일]

형제들과 나눈 대화 중에 일본인 사제 시리에다 마사유끼 신부님(1932~)에 대한 에피소드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신부님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이후 모든 것이 파괴된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1945년 6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던 시절,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소년 시리에다 마사유끼는 건축중이던 살레시오 수도원에 대못을 훔치러 들어갔습니다. 당시 반짝 반짝 빛나는 멋진 대못은 꽤 고가로 팔수 있었습니다.

몰래 창고로 들어간 시리에다 마사유끼가 황급히 보따리에 대못을 집어넣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수단을 입은 외국인이 나타났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그 신부님의 이름은 이탈리아 출신 보비오 신부님이었습니다.

‘이제 난 죽었구나. 난 이제 소년 교도소 직행이로구나.’ 하고 벌벌 떨고 있었는데, 보비오 신부님은 화를 내지도, 때리지도 않으셨습니다. 그가 어정쩡한 자세로 들고 있던 보따리를 달라고 하시더니, 허리를 굽혀 못을 가득 채워주셨습니다. 꽤나 묵직한 보따리를 소년의 손에 들려준 신부님께서는 수도원 대문까지 배웅을 해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못이 부족하면 또 오너라!”

그날 밤 시리에다 마사유끼는 단 한 순간도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보비오 신부님께서 자신에게 한 행동을 복기하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반문에 반문을 거듭했습니다. 하얗게 밤을 지새운 그는 새벽녘 닭울음 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나 10리가 넘는 수도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보비오 신부님을 발견한 시리에다 마사유끼는 그분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사실 제 장래 희망은 육군 대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그 희망을 포기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방법을 가르쳐주십시오.”

어제 성소 주일에 이어 오늘 복음 역시 착한 목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 얼마나 많은 착한 목자들이 자신의 양떼를 어루만지고 위로해주었는지 모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로 인해 다들 힘겨워하고 있는 오늘 우리에게는 보비오 신부님 같은 착한 목자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의 큰 부족함이나 나약함 앞에서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껄껄 웃으며 용서해줄 수 있는 착한 목자, 양들의 방황과 일탈 앞에서도 언제나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강조하는 착한 목자를 필요로 합니다.

착한 목자 보비오 신부님의 사랑과 배려에 힘입어 시리에다 마사유끼는 또 다른 착한 목자로 거듭났습니다. 그의 한 평생은 보비오 신부님의 판박이였습니다.

보십시오! 한 사람의 착한 목자에게서 또 다른 착한 목자가 탄생합니다. 주님께서 우리 한국 교회에 보다 많은 착한 목자들을 보내주시길 간절히 기도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시리에다 마사유끼 신부님의 고백은 오늘 우리 모든 사목자들에게 너무나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사제가 독신이라는 것은 얼마나 큰 은혜입니까? 하느님께서는 사제가 철저히 고독하기를 바라셨지요. 철저히 고독한 후에 비로소 다른 사람의 고독을 찾아내는 눈과 그것을 부드럽게 감싸 안을 수 있는 마음이 길러지는 것이니까요.”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