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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배반자요 불신자며, 먼지요 티끌인 우리를 끝까지 존중하십니다!

4월 18일 [부활 제3주일]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제자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우선 먹고살아야 했으므로, 다시금 전에 종사하던 생업으로 복귀했습니다. 한 바탕 꿈이었나, 생각하며 다시금 갈릴래아 호수에서 그물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고기를 잡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토록 강렬했던 예수님과의 만남, 그분과 동고동락했던 공생활 기간을 어찌 잊을 수 있었겠습니까? 작업이 끝나면 제자들은 호숫가에 둘러앉아 생선을 구워먹으며, 스승님에 대한 걱정, 죄책감, 송구함을 주제로 두런두런 대화를 이어갔을 것입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부활 소식이 전해집니다. 엠마오 길에서 그분을 만난 두 제자는 신명이 난 나머지, 목소리를 높여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엠마오 제자들의 목격담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그 때, 누군가가 슬그머니 제자들 등 뒤에 나타났습니다.

돌아보던 제자들을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세상에! 부활하신 예수님이셨습니다. 온화한 표정의 예수님께서 평화의 인사를 건네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두려워 떠는 제자들을 안심시키시며 더 가까이 다가서십니다. 의혹으로 가득한 제자들과 직접 접촉하십니다.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그래도 믿지 못하는 제자들을 위해 이렇게 청하십니다.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제자들이 그분께 큼지막한 생선 소금구이 한 토막을 건네 드리자,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그들이 보는 앞에서 맛있게 잡수셨습니다.

참으로 자상하고 친절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하느님,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실 부활 예수님께서, 한 인간이 건네시는 구운 물고기 한토막을 드셨습니다. 아직도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 찬 제자들에게 부활의 기쁨과 영광을 전하기 위해, 한 인간과 마주앉아 인간의 음식을 드신 것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겸손이요 크나큰 자기낮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제 부활 이전의 예수님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분이십니다. 시공을 초월하시고, 육의 세계를 넘어서신 분이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직도 갈길이 먼 제자들, 신앙의 깊이가 얕은 제자들을 영적동반하시기 위해 또 다시 자신을 낮추십니다.

인간들 사이로 육화하십니다.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인 인간들과 친히 접촉하시고 소통하십니다. 그들이 건네는 하찮은 물고기 한 토막을 맛있게 받아 드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배반자요 불신자이며, 먼지요 티끌인 우리 인간 존재를 끝까지 존중하십니다. 함부로 대하지 않으시고 지극정성으로 사랑하십니다. 또 다시 우리를 당신 구원 사업의 파트너로 선택하십니다.

그런 그분의 뜨거운 사랑은 불신과 의혹 투성이인 제자들의 눈을 뜨게 하십니다. 그들의 나약함을 강건함으로 바꾸십니다. 마침내 그들을 주님 부활의 당당한 증인으로 서게 하십니다.

우리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진정으로 만날 때 더 이상 우리 안에 어둠이 머물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낙담하거나 슬퍼하지 않게 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주시는 그 활기찬 사랑에 힘입어 담대해지고 당당해집니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고 뜨거운 마음으로 예수님 부활을 선포하게 됩니다. 이 모든 변화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삶에 끼어드실 때,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삶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될 때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