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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늘 아버지!” 이 단 한마디의 기도로 저는 치유받았습니다!

4월 16일 [부활 제2주간 금요일]

갈릴래아 호수 건너편에서 펼쳐진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는 기적은 하느님 나라의 풍요로움을 예표하는 은총의 대사건이었습니다. 놀라운 기적의 현장을 목격했던 사람들이 받았던 감동과 경이로움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이 휘둥그래진 그들은 그 자리에서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하려고 몰려들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기적의 현장에 함께 했던 예수님의 제자들과 사람들은 잠깐동안이었지만 하느님 나라의 신비와 실체를 목격했고 만끽했습니다. 그들이 확인한 하느님 나라의 우세한 특징은 풍요로움이었습니다.

그날 갈릴래아 호숫가에는 모든 것이 다 충만했습니다.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과 자비가 흘러넘쳤습니다. 가련한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환대와 자상함이 흘러넘쳤습니다. 근본적 결핍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간을 향한 육적인 양식인 빵과 물고기가 원도 없이 제공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 가운데 그 누구도 천상 대축제에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았습니다. 빵과 물고기는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풍성히 나누어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공평하게 배불리 먹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목격하게될 하느님 나라의 풍경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벅찬 감동을 넘어 황홀함에 휩싸인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예수님을 임금으로 추대하려 시도했지만, 예수님께서 반응은 단호했습니다. 군중을 뒤로하고 홀연히 산으로 물러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작고 보잘것 없는 이스라엘의 왕좌에 앉으실 분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의 왕이 아니라 천상천하의 크신 왕, 만왕의 왕, 세세대대로 다스리실 영원한 왕이셨습니다. 이런 연유로 군중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뒤로하고 산으로 오르셨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을 나만의 예수님, 우리 공동체만 사랑하시는 예수님, 우리 민족만의 승승장구를 도우시는 예수님으로 여긴다면, 예수님의 본래 위치를 격하시키는 웃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발현하셨을 때의 일 기억하십니까? 주님이심을 알아차린 마리아는 예수님 앞에 털썩 엎드려 그분 두발을 꼭 끌어앉았습니다. 더 이상 자신의 주님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에 꼭 끌어앉았던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에게 당신을 붙잡지 말라고 당부하십니다. 대신 속히 갈릴래아로 가서 당신의 부활을 제자들에게 알리라고 부탁하십니다.

어쩌면 예수님은 바람같은 분이십니다. 자유로운 분이십니다. 우리 인간적 노력이나 지성으로 잡거나 포착할 수 없는 크고 신비로운 분이십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예수님께서 매일 우리에게 베푸시는 기적 앞에 깊이 감사드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업적이 찬미드리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신비 앞에 우리의 마음을 활짝 여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바라보는 것입니다. 결국 기도하는 것입니다

“어느날 밤 허무함이 극에 달하여 말을 잃고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불현듯 제 영혼 깊은 곳에 기도가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외치는 소리 같은 원초적인 기도로, 어쩌면 그때가 태어나 처음 절실하게 기도한 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갓난아기가 태어나면서 소리를 지르는 듯한 매우 자연스럽고 순간적인 기도였습니다. 그때의 기도를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것입니다. <하늘 아버지!> 이 단 한마디의 기도로 저는 치유받았습니다.”(하레사쿠 마시히데 신부, ‘하늘 아버지께 드리는 77가지 기도’, 생활성서)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