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위로부터 태어난 사람들,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입에서는 감사와 찬미의 기도가 그치지 않습니다!

4월 12일 [부활 제2주간 월요일]

예수님 시대 당시 잘 나가던 유명 인사가 있었으니, 니코데모였습니다. 그는 당시 인싸 그룹이었던 바리사이 소속이었고, 예루살렘 최고 의결기관이요 법정이었던 산헤드린의 최고의원이었습니다.

대단한 인물이었던 니코데모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머무시는 동안 행하셨던 표징에 자극을 받고 밤에 몰래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예수님에 대해 큰 호감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는 니코데모가 낮이나 저녁 시간이 아니고 밤에 예수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사도들처럼 예수님께 대한 믿음이 확고했더라면 굳이 밤에 찾아오지 않고 대낮에 당당하게 찾아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니코데모는 예수님에 관해서 확신이 서지 않았던 관계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밤에 찾아온 것입니다. 아직 어둠에 속한 니코데모가 빛이신 예수님의 현존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모습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직도 무지의 구름 속에 갇혀있는 니코데모에게 알쏭달쏭한 한 마디 말씀을 던지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육에서 태어난 것은 육이고 영에서 태어난 것은 영이다.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요한 복음 3장 3절, 5~7절)

요한 문학 안에서 육은 하느님과 고립되어 있는 인간성, 허약하고 죽음에 속한 인간성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과 분리된 육은 초라하고 무력하여 죄와 죽음의 세력 하에 있게 마련입니다. 니코데모처럼 자신 안에 갇혀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진리의 말씀을 알아듣지도 못합니다.

육으로서의 인간 존재는 하느님의 은총과 권능에 힘입어 변화됩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권능에 의해 변화된 인간 존재는 ‘영’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영은 육으로서의 인간 존재를 말살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은 인간 생명의 원천을 죽을 운명의 세력으로부터 해방시켜 하느님께 소속시킵니다.

아래로부터, 1차로, 육으로 태어난 우리가 이 세상 머무는 동안 반드시 수행해야할 필수 과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아래로부터 태어난 것에 만족하지 말고 다시 한번 영으로,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 다시 태어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두 부류의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끝끝내 다시 태어나기를, 위로부터 태어나기를 거절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모습이 더할나위 없이 비참합니다. 입만 열었다 하면 불평불만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옵니다. 세상 고통은 혼자 다 끌어안고 있는 듯, 지옥벌을 받고 있는 얼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태어난 사람들, 건너간 사람들,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입에서는 늘 감사와 찬미의 기도가 그치지 않습니다. 거듭되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그치지 않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