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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혹 한 가운데 있는 우리는 우리 안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그리스도를 흔들어 깨워야 합니다!

1월 30일 [연중 제3주간 토요일]

또 다시 찾아온 강추위와 광풍의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늘 잔잔하던 바다도 높은 파도로 일렁거렸고, 세찬 바람에 서있기 조차 힘들 정도였습니다. 해가 떨어지면서 기온도 급강하한 관계로, 마당에 있는 견공들이 걱정되서 성당 뒷쪽 따뜻한 공간으로 대피시켰습니다. 녀석들도 안심이 되는지 눈빛에 고마움이 담겨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강풍이나 높은 파도라는 것이 순식간에 발생했다가 순식간에 잠잠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전문직 어부로 뼈가 굵어진 제자들은 그런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함께 배를 타고 갈릴래아 호수 반대편으로 건너가던 제자들은 아주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예고나 조짐도 없이 갑작스레 거센 돌풍이 일었습니다. 얼마나 거세던지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침몰 직전이었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제자들은 세가지 측면의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첫번째, 갑자기 발생한 거센 돌풍으로 인한 침몰, 그리고 익사 직전이었기에 당연히 두려웠겠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두번째 두려움, 그런 비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스승님의 태도에서 또 한번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너무나 태연하고 편안하게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또 한 가지 두려움,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라는 꾸짖음 한 마디에 호수는 순식간에 잔잔해졌습니다. 자연 현상마저 좌지우지하시는 권능에 찬 스승님에게서 두려움을 넘어 경외심을 느낀 것입니다.

오늘 이 특별한 사건 안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한 가지 있습니다. 거센 풍랑으로 인한 죽음의 위험 앞에서 제자들은 자신들 가운데 계시는 스승님이 어떤 분인지를 망각하고 말았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제자들의 믿음마저 압도해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스승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삶과 죽음마저 좌지우지하시는 분, 자연 현상마저 지배하시는 분이십니다. 생명의 주관자이신 스승님과 같은 배를 타고 있으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 참으로 아이러니 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오늘 우리 역시 그 옛날 제자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삶과 죽음을 주관하시는 주님께서 언제나 내 안에 현존하시고, 내 삶을 이끌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근심걱정과 공포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겠습니다.

“유혹이 생기면 그것은 바람과 같습니다. 그대가 흔들린다면 그것은 풍랑입니다. 그리스도를 깨우십시오. 유혹 한 가운데 있는 우리는 우리 안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그리스도를 흔들어 깨워야 합니다.”(아우스티누스 교부)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마르코 복음 4장 35절)는 말씀은 지상의 것에서 천상의 것으로, 현재의 것에서 미래의 것으로 건너가자는 말씀입니다.”(크리솔로구스 교부)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