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영의 눈, 생명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의 모든 만물이 다 경이로움과 축복의 대상입니다!

1월27일 [연중 제3주간 수요일]

시골에 와서 살다보니 좋은 점이 참 많습니다. 아침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면 친절한 이장님께서 방송을 통해서 꼭 필요한 중요한 정보들을 많이 알려주십니다.

“아아! 이장입니다. 어느 마을 ** 할머님이 오늘 새벽 돌아가셨습니다. 조문을 가실 분은 10시까지 마을회관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아아! 이장입니다. 올 봄 필요한 퇴비와 복합 비료 신청 받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토요일까지 이장에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혹한기가 지나면서 슬슬 올 봄 농사를 준비할 때가 왔습니다. 올해 설정한 중요 과제 하나는 운동장 위쪽 밭에 과실수 묘목을 심는 것입니다. 봄이 오면 나무 시장에 가서 묘목 좀 사와서 심으면 되겠지 했는데, 그게 절대 아니더군요.

척박한 땅, 돌투성이 험한 땅에는 심어봐야 백전백패입니다. 우선 좋은 토양을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좋은 토양은 아무런 노력 없이 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이를 위해 농부들은 이른 봄부터 엄청 신경을 씁니다.

날이 좀 풀리면 로타리라는 농기계를 동원해서 땅을 완전히 갈아엎습니다. 로타리 친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돌들이나 이물질들을 골라냅니다. 그렇게 갖은 정성을 기울인 좋은 토양과 적당한 일조량과 강수량이 합쳐져야 비로소 가을 무렵, 서른 배, 예순 배, 백배의 결실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생명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말씀의 씨앗이 세상곳곳에 뿌려지는데,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여러 유형을 보이고 있습니다.

길에 뿌려진 씨, 그들은 말씀을 듣지만 그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돼지 발에 진주 격입니다. 그들은 말씀의 가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기에 아무리 소중한 생명의 씨앗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돌밭에 뿌려진 씨, 그들은 마음이 돌처럼 단단히 굳어진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이나 복음말씀이 좋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그들 마음이 너무나 완고하다보니 말씀이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생명의 씨앗을 적극적으로 가슴에 안고자 하는 수용성, 감성이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너무나 피상적이어서 하느님께서 계속해서 그들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지만 조금도 열 기색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가시덤불에 뿌려진 씨, 그들은 말씀을 듣기는 합니다. 그러나 한 귀로 듣지만 다른 쪽 귀로 흘려버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세상의 좋은 것들에 몸과 마음이 온전히 쏠려 있어 말씀이 파고들 틈이 없습니다. 육체가 영혼을 지배하고 있으며 지상의 것들이 천상의 것들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희망으로 시작했지만 절망으로 끝나고 맙니다.

좋은 땅에 뿌려진 씨, 그들은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생명의 씨앗을 자신 안에 소중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입니다. 복음 안에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있음을 깨달은 사람들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이뤄낸 이들에게 하느님께서는 놀랄만한 선물 한 가지를 선사하시는데, 그 선물은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맛보는 것입니다.

영의 눈, 생명의 눈,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의 모든 만물이 다 경이로움과 축복의 대상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꽃봉오리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건들이 다 은총의 선물입니다.

이런 생명의 이치를 한번 깨달은 사람의 삶은 점점 더 넉넉해지고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더욱 풍성하게 내릴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 열매 맺는 삶입니다.

우리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토양을 어떻게 비옥하게 조성할 수 있겠는지 고민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기본에 충실해야겠지요.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육체도 건강하지만, 육체를 지배하는 영혼과 정신도 건강한 상태를 의미하겠습니다.

영혼과 육신이 한 인격체 안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서로 보완하고 지지할 때, 그 인생은 활짝 꽃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 각자 인생의 나무에는 서른 배, 예순 배, 백배의 풍성한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