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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들은 오직 복음만을!

1월26일 [연중 제3주간 화요일]

그들은 오직 복음만 믿었고, 복음에만 의지했으며, 복음만을 살았으며, 복음만을 최고 가치로 여겼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위대한 선교활동 중에 동고동락했던 최측근 애제자이자 협력자들이었던 티모테오와 티토 주교에게 쓴 편지들은 읽을때 마다 큰 감동을 줍니다.

제자이자 동료인 두 사목자에게 보낸 편지에 사용된 표현들은 진한 애정과 우정, 호의와 친절로 가득합니다. 크신 주님의 은총과 자비, 그리고 강렬한 사목적 사랑과 친교 안에 형성된 관계였기에, 남자들 사이에서도 그토록 각별한 애정표현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밤낮으로 기도할 때마다 끊임없이 그대를 생각하면서…나는 그대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그대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기쁨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1 티모테오 1장 3~4절)

그리스인 아버지와 유다교 그리스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티모테오는 1차 전도 여행 때 리스트라에서 바오로 사도를 만나 회심하고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차 전도여행 때 리스트라를 다시 방문한 바오로 사도는 여행을 동반할 협력자로 젊은 디모테오를 선택했습니다. 그때부터 티모테오는 바오로 사도의 둘도 없는 동반자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차 전도여행 중 바오로 사도가 아테네에 머물고 있을 때, 티모테오를 테살로니카 교회에 파견하여 중책을 수행토록 했습니다. 3차 전도여행 때는 에페소에서부터 마케도니아를 거쳐 코린토에 이르는 긴 여정의 전 전교임무를 맡겼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를 제자들 가운데 제자로 총애한 흔적이 여러 문헌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티모테오는 내가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나의 성실한 아들입니다.”(1 코린토 4장 17절)

“나와 같은 마음으로 여러분의 일을 성심껏 돌보아 줄 사람이 나에게는 티모테오밖에 없습니다. 모두 자기의 것만 추구할 뿐 예수 그리스도의 것은 추구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가 나와 함께 마치 자식과 아버지처럼 복음을 위하여 일하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필리피서 2장 20~22절)

바오로 사도가 아들이자 제자 티모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거의 ‘눈물로 쓴 편지’입니다. 오늘 천천히 다시 읽다보니 바오로 사도의 고초가 손에 잡힐 듯이 느껴져 코끝이 찡해오더군요.

로마 감옥의 냉기가 얼마나 뼛속까지 파고들던지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에게 자신이 깜빡하고 트로아스에 두고 온 겨울 외투를 좀 가져달라고 당부까지 합니다.

“그대는 서둘러 나에게 빨리 오십시오. 올 때 내가 트로아스에 있는 카프로스의 집에 주고 온 외투와 책들, 특히 양피지 책들을 가지고 오십시오. 겨울이 되기 전에 서둘러 오십시오.”(티모테오 1서 4장 13절)

티모테오와 티토, 오늘 축일을 경축하는 초대 교회 두 주교님의 모습에서 오늘날 주교님들의 모습을 떠올리시면 큰 오산입니다. 그들에게는 주교좌 대성당도 없었습니다. 주교관도 없었습니다. 잘 정비된 교구 조직도 없었습니다. 양떼들은 걷기도 아직 힘든 어린 아기들이었고 결핍 투성이였습니다.

그저 황량한 빈 들판 위에 홀로 서있었습니다. 그들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다가오는 목숨의 위협, 계속되는 박해, 끊임없이 다가오는 환난 가운데 힘겨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두 목자는 용감하게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 복음을 선포한 것입니다. 그들은 오직 복음만 믿었고, 복음에만 의지했으며, 복음만을 살았으며, 복음만을 최고 가치로 여겼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