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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호의적이지 않은 현실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좀 더 쉽게 놓아버릴 수 있습니다!

1월24일 [연중 제3주간 일요일]

인간 관계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시는 분들 참 많습니다. 특히 가족이나 동료, 연인, 친구 등 가장 가까운 사람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틀어진 관계로 인해 괴로워하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일찌감치 퇴직하셔서 매일 집에 계시는 영감님들 때문에 상습 편두통에 시달리는 할머님들 위해 제가 단골로 건네는 멘트가 있습니다.

“영감님께서 안 계신다고 생각하고 한번 살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나마 영감님이 계셔서 마음 든든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부디 영감님과 함께 산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까칠한 사춘기 청소년 한명 양육한다고 생각하시기를..”

아마 바오로 사도께서도 관계가 힘든 부부들 대상으로 신앙 상담을 많이 해주셨던가 봅니다. 오늘 두번째 독서에서 그런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형제 여러분,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입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코린토 1서 7장 29~31절)

인간 관계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대상들이 우리를 인간다운 삶과 하느님 중심의 삶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재산이나 부동산, 귀중품이나 소장품들…

그런 세상 것들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과욕은 깊은 상처나 좌절을 남깁니다. 때로 가장 우선적 가치를 두고 있는 그 대상들로 인해 우리네 삶이 극도로 피폐해지고 비참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어느 정도 살만하면 대폭 내려놓는 것입니다. 너무 지나친 욕심 부리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목숨걸고 쥐려고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실상은, 바오로 사도 말씀처럼, 머지 않아 순식간에 형체가 사라지고 마는 것임을 잊지않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꼭 움켜쥐고 있는 것은 재물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이 오랜 세월 쌓아올린 이미지를 놓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고수해온 정치적·사상적 성향 역시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나만의 영역, 나만의 틀을 양보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나약함과 비참함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수십년 전에 받은 상처와 수모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막막한 미래에 대한 불안도 떨치기 어렵습니다. 말이 쉽지 놓아버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결코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현실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좀 더 쉽게 놓아버릴 수 있습니다. 나는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할 때, 자신의 부족함을 기꺼이 수용할 때, 우리는 좀 더 편안하게 놓아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어야 합니다. 더 많이 소유할수록 서로 다투며 소송을 걸게 되지요. 소유는 하느님과 이웃 사랑에 매우 위험한 장애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물을 가지지 않습니다.”(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