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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수님께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셨다는 것은, 그만큼 사목활동에 깊이 매진하셨다는 반증입니다!

1월23일 [연중 제2주간 토요일]

1846년 돈보스코(1815~1888)가 32세의 혈기왕성한 젊은 사제 시절 때 일이었습니다. 당시 돈보스코가 시작한 오라토리오는 큰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 400여명 가까이 되었지만, 오라토리오는 계속 떠돌고 있었습니다. 묘지에서 방앗간으로, 작은 헛간에서 풀밭으로…

앞날이 창창하고 유능한 돈보스코가 본당이나 병원 등 안정된 사목을 뒤로 하고, 갈곳 없는 아이들 수백명과 토리노 뒷골목을 전전하며 깔깔거리는 모습을 본 토리노 교구 동료 사제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습니다.

1846년 연초에 개최된 토리노 교구 사제 모임 때 몇몇 사제들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혹시 돈보스코가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미쳐도 제대로 미친 것은 아닐까?

교구에서는 돈보스코의 정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돈보스코와 절친했던 빈첸조 폰자티 신부와 나시 신부를 진상 조사 위원으로 선정해 파견했습니다. 교구는 정확한 진단과 정밀검사를 통한 치료 계획까지 세워놓았던 것입니다.

토리노 시당국의 눈초리도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안그래도 비상시국인데, 수백명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못마땅히 여겼던 경찰국장이 돈보스코를 호출해 호통을 쳤습니다.

“대체 이 부랑아들이 신부님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그들을 자기 집에 내버려 두시오.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지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모두에게 화가 미칠 것이오!”

돈보스코가 물러서지 않자 경찰국장은 바로 그날부터 경찰관들을 파견하여 오라토리오를 감시하게 했습니다. 후에 돈보스코의 후계자이자 2대 총장이 된 미켈레 루아 신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미사 복사를 마치고 성당 밖으로 나오는 제게 본당 주임 신부님께서 물으셨습니다.
“너 어디 가니?”
“돈보스코 오라토리오에 가요.”
“너 아직 모르고 있었니? 돈보스코는 심각한 정신질환에 걸렸단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주임 신부님의 말씀은 가시처럼 제 마음 속으로 깊고 아프게 파고 들었으며, 형언할 수 없는 큰 슬픔으로 밀려왔습니다. 저는 오라토리오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돈보스코는 평소와 다름없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돈보스코가 미쳤긴 미쳤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랑에 미친 것입니다. 그분은 미칠 정도로 가난한 청소년들에게 심취되어 있었습니다. 돈보스코가 앓고 계시다는 병은 바로 가난한 청소년들을 향한 사랑병이었습니다.>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가난한 청소년들을 향한 사목적 열정으로 활활 불타올랐던 돈보스코의 모습을 묵상하다보니, 너무나 안일하고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제 모습이 교차되어 큰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예수님 역시 돈보스코와 똑같은 오해를 받으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허락해주신 기간을 지극히 제한적이지, 당신 손길이 필요한 백성들은 끝도없이 구름처럼 몰려오지, 아무리 외쳐도 끝끝내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지…

당신 양떼를 향한 사목적 열정으로 활활 불타오르신 예수님께서는 침식마저 잊고 사목에 헌신했습니다. 하루를 백년, 천년처럼 그렇게 강도높게 사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모습 앞에 감사하고 환호하고 박수갈채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잔뜩 꼬인 시선으로 예수님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예수님의 친척들 가운데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마르코 복음 3장 21절)
예수님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셨다는 것은 그만큼 그분께서 사목활동에 깊이 매진하셨다는 반증입니다. 마치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여기셨고, 순간순간 지니고 계셨던 에너지를 남김없이 활활 불타오르게 하셨다는 표시가 미쳤다는 소문입니다.

오늘 우리 안에 그런 열정이 솟아올랐으면 좋겠습니다. 꼭 필요한 일, 정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 이웃과 하느님을 위한 일을 향한 강한 열정이 샘솟았으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