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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수님께서는 그저 당신 눈앞에 고통받고 있는 한 인간 존재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셨습니다!

1월21일 [연중 제2주간 목요일]

구세사의 전면에 등장하신 예수님께서 풍기셨던 매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분께서 가시는 곳 마다 수많은 군중이 큰 무리를 이루며 따라다녔습니다.
복음사가들은 예수님께서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시는 기적 때 모인 군중의 수는 장정만도 5천명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숫자의 여성들, 그리고 어린이들 합치면 적어도 만명, 이만명이 따라다녔다는 것입니다.

한번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갈릴래아 호숫가에 잠시 계셨는데, 소식을 전해들은 군중이 밀물처럼 밀려들기 시작하더니, 예수님 주변을 뺑 둘러싸 버렸습니다.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더 불어나 제자들의 힘만으로 질서 유지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밀려드는 군중으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겠다는 걱정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비상 조치로 거룻배 한척을 마련하라고 당부하십니다.
배 위에 오르신 예수님께서는 군중과 약간의 거리를 유지한 후, 안전한 상태에서 가르침과 치유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엄청난 군중의 수효를 확인한 제자들은 신명이 났을 것입니다. 더 큰 욕심도 생겼을 것입니다.
지난 번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신 기적 때는 장정만 5천명이었는데, 다음 신앙대회 때에는 만명을 돌파해야 할텐데,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승님의 가르침을 들으면 좋을텐데, 스승님으로부터 치유의 은총을 입은 사람들이 각자 마을로 돌아가서 입소문을 많이 내면 좋을텐데…

그러나 정작 예수님께서는 조금도 그런 마음을 갖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셨습니다.
마르코 복음에서 유난히 자주 사용되고 있는 이른바 ‘메시아 함구령’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절대로 세상 사람들의 인기와 박수갈채에 연연해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능력이나 권위가 만천하에 알려지는 것을 반기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당신 눈앞에 고통받고 있는 한 인간 존재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셨습니다.
그의 깊은 슬픔에 마음 아파하시며, 그에게 치유의 은총을 주시고 자유로워지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수많은 군중이 예수님께로 몰려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봅니다.
어떤 사람은 치유의 은총을 입기 위해서 왔습니다.
어떤 사람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이 땅에 오신 메시아를 뵙기 위해서 왔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들려주시는 생명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왔습니다.
이 땅에 내려오신 겸손하신 하느님, 우리 인간을 향한 극진한 사랑과 자비의 표현인 예수님의 얼굴을
뵙기 위해서 왔습니다.

교통 수단이라고는 특별히 없었던 당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먼 길을 걸어서 왔습니다.
먼 길을 걸어오느라 무척이나 지쳤을 것입니다. 목마르고 굶주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로지 예수님을 뵙겠다는 일념으로, 새 세상을 열어주실 메시아의 말씀을 듣겠다는 목적으로
그 먼 길을 거의 달려오다시피 했습니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들처럼 가벼웠으면 좋겠습니다.
미사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들처럼 설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생을 기다려왔던 축제에라도 가듯이, 사랑하는 사람 만나러가듯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듯 그렇게 사람들이 교회로 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많은 형제자매님들이 교회를 찾습니다.
살을 에이는 듯한 추운 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쳐도 교회를 찾습니다.
문밖으로 나서기가 두려운 날씨에도, 꼭두 새벽부터 집을 나서 성당으로 발길을 향하는 형제자매님들 앞에서 참 구도자의 얼굴을 만납니다.

발걸음 옮기기조차 힘겨운 분들, 100미터 걷기 위해 10분 이상 걸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성당 한번 왔다 가면 진이 다 빠지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찾아오십니다.
교회로 향하는 사람들을 향해 사제들과 수도자들, 봉사자들은 그 옛날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백성들이 원 없이 생명의 물을 마시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마음껏 마셔 평생의 갈증을 채울 수 있도록 동반해주면 좋겠습니다.

그 옛날 예수님으로부터 말끔히 치유 받고 춤을 추며 떠나가던 사람들처럼, 교회에 오는 사람들의 영혼 역시 깨끗이 치유되어 기쁜 얼굴로 교회를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