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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언제나 파격적이고 관대한 예수님의 선택 앞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언젠가 한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 때, 인성교육 강사로 초대받아 간적이 있었습니다. 강의실에 앉아있는 신입사원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어찌 그리 다들 깎아놓은 밥톨처럼 반듯하고 늠름한지? 어찌 그리고 예의바르고 늠름한지! 꿈에도 그리던 성소자들이 거기 우르르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고스란히 단체로 성소의 길로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생사고락은 물론이고 미래와 운명을 함께 할 인재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꿈꿀 것입니다. 지적이고, 예의바르고, 성실하고, 열정이 넘치고, 균형이 잡히고, 능력도 탁월하고…

그런데 오늘 당신의 복음 선포 사명의 첫째가는 협조자인 제자를 부르시는 예수님의 선택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제가 예수님 같았으면 한점 흠없고 무죄한 청년, 세파에 물들지 않은 신앙심 깊은 젊은이를 제자로 선발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선택을 보십시오. 그분의 파격적인 선택, 말도 않되는 선택에 지켜보던 사람들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 입을 다물지 못한 지경이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세관에 앉아 있던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제자로 부르신 것입니다.

레위는 세리였습니다. 이미 세상의 단맛 쓴맛을 다 맛본 사람, 갈데까지 간 사람이었습니다. 세파에 닳고 닳은 사람, 인간 세상의 잔혹함과 비정함을 온 몸으로 체험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로마 제국은 식민지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세금징수권을 목돈을 받고 매도했습니다. 세금징수권을 매입한 개인이나 회사는 자신들이 투자한 목돈을 만회하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러한 세금 청부제의 악용은 가난한 백성들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세리들이 저지른 악행이 얼마나 큰것이었는지를 추측케 하는 자료들이 있습니다. 세례를 받으러 찾아온 세리들을 향해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루카 복음 3장 13절)

아마도 세리들은 적정선의 세금이 아니라 두배, 세배로 세금을 후려쳤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지독했던지, 그리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세리는 더도 덜도 말고 그냥 도둑!” 키케로는 세리를 향해 “인간 군상들 가운에 가장 천한 족속!”이라고 외쳤습니다.

유다인들은 자신들이 바치는 세금이 결국 침략자인 로마 제국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세리들을 향해 매국노, 배신자, 배교자라 칭했습니다.

세리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설 수도 없었습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눈에 세리는 언제나 이방인들과 접촉하였기에, 상시적으로 율법을 어겼으므로, 쓰레기 중에 쓰레기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놀랍게도 그토록 세상 사람들로부터 증오와 멸시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세리 레위를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예수님의 선택은 바리사이들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의로움에 대한 도전장이었습니다.

그날 밤 레위의 집은 그야말로 가관이었습니다. 오랜 친구 레위가 떠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동료 세리들, 죄인들, 나름 한 주먹 한다는 사람들, 어둠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죄다 모여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숱한 죄인들 사이에 태연히 앉으셔서 주거니 받거니 포도주 잔을 기울이고 계셨습니다.

자칭 의인들인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은 잔뜩 화가 나서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넌지시 묻습니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마르코 복음 2장 16절)

어깨 너머로 들려오는 쫌생이 찌질이들의 말을 들으신 예수님의 말씀이 참으로 은혜롭고, 오늘 우리 죄인들에게 너무나 큰 선물로 다가옵니다. 언제나 파격적이고 관대한 예수님의 선택 앞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코 복음 2장 17절)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