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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자회소식

주님과 함께라면, 주님 안에서라면, 사나 죽으나 행복한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데레사 자매님의 영안실에 다녀왔습니다.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날, 바람에 흩날리는 한송이 눈처럼 그렇게 홀연히 떠나가셨습니다. 아직 떠나기엔 이른 나이였는데…큰 아쉬움과 많은 여운을 남긴 채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데레사 자매님께서는 자녀들을 훌륭하게 잘 키운 다음, 세상 착한 형제님과 함께 저희 살레시오 나눔의 집으로 건너오셨습니다. 남들은 한번 하는 육아를 두번이나 하신 것입니다. 혈기왕성한 우리 사고뭉치 아이들 양육하시느라 마음 고생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어떻게 소식을 전해들었던지, 이제는 늠름하게 성장한 청년들이 영안실을 찾아왔더군요. 깊은 슬픔에 잠긴 형제님을 꼭 끌어 안아주며 위로해주었습니다. 천상에 계신 자매님께서 그 광경을 보시고 환한 미소를 짓고 계시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병자성사를 드리러 갔을 때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살레시오 협력자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 참으로 행복했다고…돈보스코를 만나고, 돈보스코 때문에 좋은 아이들과 인연을 맺은 것이 정말 큰 축복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병실을 나서며 참으로 마음 훈훈한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데레사 자매님께서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늘 주변 사람들을 극진히 챙겼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10년 세월 동안 지극정성으로 양육하셨던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셨습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해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선물로 맛있는 사과를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선물을 받은 분들은 다들 감동의 눈물을 철철 흘리셨다고 합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자녀분에게 한 가지 신신당부를 하셨답니다. 장례식을 가급적 간소하게 치러달라고, 따로 수의 마련하지 말고 입던 옷 그대로 입혀달라고, 조금이라도 아낀 몫은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 위해 후원해달라고…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주변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 생각하시며 큰 사랑을 남기셨습니다. 한 신앙인으로서, 수도원 담 밖의 돈보스코의 제자인 살레시오 협력자 회원으로서,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가셨습니다.

자매님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며, 죽음이란 게 그렇게 두려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느님을 만나게 되면, 죽음 조차 초월하고 극복할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 환자는 어찌 보면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나병 진단을 받는 즉시 인간 사회로부터의 즉각적인 추방과 격리가 이루어졌습니다. 가족들과 생이별 과정은 장례 절차와도 비슷했습니다.

이런 나병 환자가 오늘 주님을 만나, 새로운 피부, 새로운 인생, 새로운 삶을 선물로 받습니다. 예수님과의 ‘찐만남’을 통해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오는 일종의 파스카 체험을 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마르코 복음 1장 41~42절)

우리 역시 이 지상에서부터 예수님과의 찐만남을 통해 죽음을 초월하는 파스카를 체험하면 좋겠습니다. 살아생전 수도 없이 절절한 주님 체험을 하셨던 바오로 사도처럼, 주님과 함께라면, 주님 안에서라면, 사나 죽으나 행복한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