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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악령과 하느님의 영을 식별하는 능력

1월12일 [연중 제1주간 화요일]

교회 역사 안에서 ‘회개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성인이 한 분 계십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주교님이십니다(353-430).

이분은 젊은 시잘 마니교라는 이단과 방탕한 생활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386년 8월 밀라노의 한 정원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
그래서 눈을 떠보니 성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로마서 13장 13-14절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
그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그리고 욕망을 채우려고 육신을 돌보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

그 말씀 읽는 순간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께서는 이런 느낌이 들었답니다.
“나의 가슴은 확신의 빛으로 가득 찼고 의심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결정적인 회심을 한 것입니다.
그는 즉시 암브로시오 주교로부터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은둔 속에 기도하면서 하느님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볼 일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회개여정은 완전히 종결되었는가?
‘인생 한방’이라고 그걸로 완전히 새사람이 되었는가?

천만의 말씀입니다.
회개는 평생 지속되었습니다.
완전히 하느님께로 돌아섰다고 생각했는데, 과거의 악습들이 어느새 고개를 들었습니다.

악의 영들은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친구야, 우리를 두고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네가 우리 없이 어떻게 살려고 하느냐?”

수시로 귀에 대고 속삭이는 악한 영들의 유혹과 감언이설에 아우구스티누스는 정말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유혹이 클수록 더 열심히, 더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랬더니 고비를 넘기게 되었고 아주 감미로운 천사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두려워말고 모든 근심걱정을 하느님께 맡겨라.
과거는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라.
미래는 하느님 섭리의 손길에 맡겨라.
현재는 하느님 은총 안에 기뻐하라.”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한평생에 걸친 화두는 두 가지였습니다.
‘죄와 은총.’ 죄가 많은 곳에 은총이 더 풍부하게 내리고 있음을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께서는 온 몸으로 느꼈습니다.

죄는 나쁜 것이고, 우리를 힘겹게 하는 것이지만
죄는 다른 한 편으로 우리 인간 각자의 나약함을 알게 하고 하느님께로 나아가게 하는 도구로도 사용된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서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에게서 악령을 쫒아내 주십니다.
언제나 하느님의 영, 곧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사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언제나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어떤 것이 악령이고 어떤 것이 하느님의 영인지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께서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명확한 식별 능력을 지니고 계셨던 것입니다.

다양한 악과 유혹,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오늘의 우리들입니다.
어느 것이 선이고 어느 것이 악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선과 악을 구분하는 식별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능력은 오직 기도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주님의 영 안에 머묾으로서 그 능력이 주어집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