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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원자 예수님의 얼굴에는 거역하기 어려운 거룩한 그 무엇이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1월11일 [연중 제1주간 월요일]

2천년전 갈릴래아 호숫가 한 작은 마을에서는 한 바탕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마을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 시몬과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이 갑자기 마을을 떠나버린 것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식솔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사람, 세세대대로 명맥이 이어져온 가문을 이어가야 할 사람,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요 든든한 보루 같은 젊은이들이 동시에 떠나버렸으니, 마을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을 것입니다.

야고보와 요한의 아버지 제베대오 같은 경우 얼마나 황당했겠는지, 즉시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날도 두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출항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조업 후 얽히고 설킨 그물을 손질하고, 타고 나갈 배도 청소하고, 요깃거리도 챙기고… 그런데 아버지 제배대오가 허리를 한 번 크게 펴고 나서, 아들들이 일을 잘 하고 있나 하고 둘러보니,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물을 손질하는 도구를 내팽개친 두 아들은 아버지에게 간다온다 말도 없이 예수라는 사람을 따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아버지는 제배대오는 기가 막히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큰 소리로 외쳤을 것입니다.

“어이, 아들들! 지금 너희들이 제 정신이냐? 일하다 말고 누굴 따라가는거야? 지금 출항 오분 전인데! 당장 돌아온다 실시!”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두 아들은 마치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듯이,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거침없이 예수님과 함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제배대오는 아마도 그날 밤 단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일주일 이상 머리를 싸매고 드러누웠을 것입니다. 시몬의 장모도 예수님으로 인한 큰 피해자 중에 한 명입니다. 딸을 두고 집을 나가버린 시몬으로 인한 충격과 원망으로 인해 끙끙 앓다가, 열이 위로 치밀고 올라와 열병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까지 했습니다.

부모를 비롯해서 아내와 자녀들, 생계 도구인 그물과 배마저 버리고 즉시 따라나선 첫 번째 제자단의 모습을 보면서 든 한 가지 생각입니다. 예수님에게서 풍기는 매력이 얼마나 큰 것이었으면, 그분의 인품과 말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으면, 그분께서 건네신 제안이 얼마나 황홀한 것이었으면, 순식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분을 따라나설 수 있었을까? 예수님께서 첫 사도단에게 보여주신 청사진의 핵심은 이것이었습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코 복음 1장 17절)

‘애들아, 너희들은 그동안 물고기를 잡을 만큼 잡지 않았느냐? 이제 물고기 잡는 것도 질릴 때가 되지 않았느냐? 이제 비린내 나는 물고기 낚는 일은 그만 내려두고 앞으로 나와 함께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지 않겠느냐?’

“구원자 예수님의 얼굴에는 거역하기 어려운 거룩한 그 무엇이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따라나서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첫 제자들이 했을 리가 없습니다.

자신들의 아버지보다 나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사람을 따라고자 아버지를 버릴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실제로 첫 제자들은 영의 아버지를 따르고자 육의 아버지를 버렸습니다. 아니, 아버지를 버린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찾은 것입니다.”(히에로니무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