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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가정(聖家庭) 건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한한 인내와 너그러움이 필요합니다!

12월27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가정 성화 주간)]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훌륭한 선생님 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인간극장에 소개되어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은 주인공입니다. 선천성 시각 장애를 딛고 일반 중학교 비장애 학생들의 국어 교사로 당당히 교단에 서신 강신혜 선생님이십니다.

장애인으로서 일반학교 교사로 임용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훌륭한 부모님과 든든한 안내견 미래의 도움이 컸습니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 때 하고 싶은 말을 몇십 번이고 반복해서 예행 연습하는 모습,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일일이 외우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감동을 준 것은 첫 출근날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따님이 안내견 미래와 함께 잘 다녀오겠다고 부모님께 인사하며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어머니는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수없이 예행 연습을 한 길이었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출근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집을 나서자 마자 계단도 내려가야 하고, 횡단보도도 건너야 하고, 지하철도 탔다가 내려야 하고, 여간 복잡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혹시라도 첫 출근인데 늦으면 어떡하나? 미래가 실수를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컸지만, 씩씩한 미래의 도움으로 별탈없이 선생님과 미래는 학교 정문을 통과합니다. 선생님은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환한 얼굴로 교무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서부터 전철, 그리고 학교까지 20~30미터 뒤에 몰래 숨어서, 계속 뒤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출근길 내내 조마조마했던 어머니는 따님과 미래가 교문을 통과하자마자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행복한 얼굴로 뒤돌아섰습니다.

첫출근길 시각 장애인 따님의 뒤를 멀리서 조심조심 쫓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우리 인간 각자를 향한 하느님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하느님께서도 가까이는 아니더라도 저 멀리 뒤에서 우리를 따라오시리라 믿습니다. 여차하면 달려오시려고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훌륭한 부모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따님에게 확신 갖고 강조하셨습니다. 장애는 불행의 단초가 아니라는 것, 장애는 조금 다른 것일뿐이라는 것, 극복하지 못할 장애는 없다는 것을.

너무나 높은 벽 앞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항상 함께 하며 용기를 북돋아주셨습니다. 한결같은 사랑으로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세상 안에서 결혼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모든 분들, 너나할 것 없이 세상 안에서의 교회, 성가정(聖家庭) 꿈꿉니다. 그러나 희망사항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은 엄청나다는 것을 매일 온몸으로 체험하며 살아가고 계실 것입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이 초단기간에 허물어지는 것을 확인하며 절규합니다. 한때 목숨바쳐 사랑했던 그였는데,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하는 모습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외치며 울부짖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존재들, 내 분신이요 전부라고 여겼던 자녀들이 이제 머리가 커졌다고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데,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처럼 심장을 찌릅니다.

성가정 건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한한 인내와 너그러움이필요합니다. 크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여유가 요구됩니다. 인간적인 시각이 아니라 영적인 시각, 주님의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나자렛 성가정의 멤버들도 순탄한 길만 걷지 않았습니다. 워낙 특별한 가정, 워낙 베일에 싸여있는 신비스런 가정, 영적인 가정이었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율법 규정에 따라 아기 예수님을 예루살렘 성전으로 모시고 가서 봉헌하였습니다. 그때 성전에 있던 시메온 예언자는 아기 예수님을 팔에 안고 감사의 찬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를 향해 특별한 말 한 마디를 건넵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복음 2장 34~35절)

성가정의 주요 구성원이셨던 마리아 역시 성가정을 꾸려가는 동안 수시로 영혼이 칼에 꿰찔렸습니다. 물론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성가정 안에서 천국 체험도 앞당겨 맛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큰 상처와 희생, 각고의 노력과 헌신이 요구되었을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