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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물리스트

12월22일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복음서 안에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찬가 중 하나인 ‘성모의 노래’입니다. 수도자들은 매일 저녁 기도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성모님께서 지니셨던 ‘겸손의 덕’을 청합니다.

4세기 경 밀라노에서 활동했던 성 암브로시오 교부께서는 ‘성모의 노래’는 성모님의 ‘완벽한 겸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찬가라고 강조했습니다.

참된 겸손은 ‘자기비하’ ‘자기혐오’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나약함이나 부족함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참된 겸손은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무한한 자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입니다. 크신 그분 앞에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선하심과 거룩하심을 기뻐 찬양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성모의 노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겸손한 여종 마리아가 부른 역사상 가장 겸손한 기도였습니다.

구세주 하느님을 자신의 뱃속에 잉태한 마리아는 사촌 엘리사벳을 찾아갑니다. 만삭이 다되어가는 엘리사벳을 보는 순간, 마리아의 내면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하느님의 자비를 찬양하는 노래가 터져 나왔는데, 바로 ‘성모의 노래’인 것입니다.

마리아는 찬가를 통해 첫 번째로 자비하신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찬양했습니다. 그리고 ‘구세주 잉태’란 대사건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베풀어주신 선물임을 천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마리아는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무한한 사랑과 축복을 받고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밝힙니다.

자기 낮춤, 겸손의 덕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신 덕행이며, 그리스도교 안에서 으뜸가는 덕행입니다. 겸손이야말로 우리가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진리의 길입니다.

참된 겸손은 우리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하느님의 자비로부터 시작합니다. 참된 겸손은 하느님께서 나를 극진히 사랑한다는 것을 인식함에서 시작합니다. 참된 겸손은 그 사랑에 힘입어 내가 하루하루 살아감을 고백함에서 시작합니다.

참된 겸손은 하느님을 떠나있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직시함에서 시작합니다. 참된 겸손은 나는 매일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축복과 은총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함에서 시작합니다.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의 모범에 따라 겸손하게 살아가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매일 내게 주어지는 하느님으로부터의 축복과 은총을 한번 헤아려보십시오. 하느님께서 매일 아침 내게 보내주시는 선물 리스트를 한번 만들어보십시오.

‘선물리스트’ 제일 하단부에 이렇게 적으십시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사랑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