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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자회소식

협력자 여러분,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구유에 누워 계시니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코로나19로 모두 정신없이 한해를 산 것 같다.

협력자회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도 비대면으로 바꾸어서 진행했어야 했다.

하느님께서 이러한 것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헤아려 보게 해주시는 한 해이기도 하다.

매일 한 컷의 슬라이드를 지구를 사랑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창조주 하느님께 기도도 많이 하게 되었고,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피조물들과 무엇보다도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다.

 

성탄이다!

책상 위에 조그만 구유를 놓으니, 이 작은 아기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영신수련 피정을 하며 이 작은 아기를 차마 어쩌지 못해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가만히 안아 올렸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는 마굿간 구유 자리의 별을 떠올려 본다.

그 구유 둘레에 서 있었을 말들은 낮추어져야 하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그 구유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선 키를 낮추어야 통과할 수 있는 작은 문이 있다는데, 이는 겸손해져야 만날 수 있는 분이 예수님임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지?

 

예비자 교리를 가르칠 때 한 살레시오 원로 신부님께서 하셨던 말을 즐겨 인용하곤 했었다.

만일 여러분이 백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막 은행에서 찾아 주머니 깊이 넣었다고 하자.

몇 번을 만지며 길을 건너려고 할 때 싸르르 배가 아파오며 설사가 났다고 하자.

주위를 살피다 들어간 건물 화장실.

휴지가 없었다.

급한 김에 주머니에 넣었던 휴지가 생각나 찾다가 빳빳한 백만 원짜리 수표가 툭 떨어졌다.

아뿔사! 설사로 난리가 난 그 변기통에 떨어진 수표.

어쩌지? 애기 똥 기저귀 한번 갈아본 적이 없는데…

신부님께선 말씀하셨다.

1) 더러운 데 어떻게 그걸 만져. – 그냥 간다.

2) 우선 놔두고, 화장실 부근에서 건질 만한 것을 찾아본다.

3) 사람들을 불러 꺼내달라고 한다.

4) 무조건 손을 넣어 꺼내, 수돗가에 가서 흐르는 물에 씻어 주머니에 잘 넣는다.

 

여러분은 몇 번을 선택하겠는가?

신부님의 결론은 이러했다.

백만 원이 아니라, 만 원짜리 지폐였다 해도 나는 그걸 꺼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정성을 들여 만든 인간을 망가지도록 놔둘 하느님이시겠는가?

그래서 하느님은 사람이 되어 오셨다.

이렇게 작은 아기로 구유에 누워 계시다.

비록 코로나19로 대면 미사에 참여하지 못한다 해도, 이 거룩한 성탄시기에 한번쯤 구유에 누우신 예수님을 경배하며, 찬송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바쁜 일 다 놓고 그 앞에 앉아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볼 일이다. 더 좋은 것은 나의 집에 구유를 놓는 것이다. 구유가 그림이든, 성물이든, 사진이든 상관없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이 날을 감사하자.

그리고 그 사랑을 모든 피조물 안에서도 발견하고 아끼고 사랑하자.

협력자 여러분,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또한 하느님께 선물 받은 새로운 한 해를 축복합니다!

새해에는 코로나19가 모두 종식되어 함께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전국담당 김성민 젤뜨루다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