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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순결하며 거룩한 영혼과 육신의 소유자 마리아는 가시덤불 속에 핀 한 송이 백합화 같습니다!

12월8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대림 제2주간 화요일]

피정 센터에 와서 평생 안해보던 일을 참 많이 합니다. 눈만 뜨면 하는 일이 화장실 청소요 이불 빨래, 쓰레기 분리 수거요 장작 패기입니다.

어제는 건장한 청소년들이 우르르 놀러온다고 해서 하루 온 종일 쓸고 닦고를 반복했습니다.아이들을 위한 숙소를 셋팅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다음 주에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저희 공동체를 특별 방문하신다면, 우리는 그분을 어디에다 모실 것입니까?

그 특별한 손님을 아무 방에나 모시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 집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특실, 가장 넓고 쾌적한 방에 모실 것입니다. 물론 몇 사람이 며칠간 달라붙어 침실이며 화장실이며, 번쩍번쩍 광채가 날 정도로 깨끗히 청소할 것입니다. 그것이 그 특별한 손님에 대한 합당한 예우일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바라보니 조금 이해의 폭이 생겼습니다. 교황님을 위한 거처 마련에도 그렇게 공을 들이는데, 하물며 하느님을 위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육화강생하시는 과정에서 그분의 거처는 너무나도 당연히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거룩해야 마땅한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은 그리스도께서 지상에 머무실 첫 거처이자 지성소로서의 합당한 장소였던 것입니다.

성모님의 원죄없이 잉태되심은 우리 교회 공동체를 위한 하느님의 배려이자 구원계획의 성취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 앞에 거룩하고 흠없으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기를 원하십니다. 이런 면에서 성모님은 새로운 하느님 백성이자 새로운 교회의 모델인 것입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에 대한 대한 초기 교부들의 표현이 참 아름답습니다.

“요아킴과 안나의 거룩한 딸인 마리아는 성령의 신방에서 티 없이 살았기에 하느님의 신부가 되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인류 구원을 위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강생을 위해 마리아의 영혼을 준비시키셨습니다.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무죄한 몸이 거처하실 수 있도록 가꾸어진 순결한 나무입니다. 순결하며 거룩한 영혼과 육신의 소유자 마리아는 가시덤불 속에 핀 한 송이 백합화 같습니다.”

마침내 1854년 12월 8일 비오 9세 교황님께서 원죄없이 잉태되신 교리를 장업하게 선포되었습니다. 회칙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는 잉태된 첫 순간부터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전능하신 하느님의 유일무이한 은총의 특전으로 말미암아 원죄에 물들지 않고 보존되었다.”

과거 왕가에서는 왕의 부인이나 왕자의 부인을 간택할 때, 엄청난 숫자의 후보 규수들을 점지해놓고, 그 가운데서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평판이 좋은 가문의 여인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인들, 가장 깨끗하고 흠없는 여인들 가운데서 심사숙고해서 선발한 것입니다. 건강하고 지적이며, 흠없는 왕손을 얻기 위해 그 어머니 역시 건강하고 흠없는 여인이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세속의 왕의 어머니가 될 여인도 그렇게 세심하게 준비시키는데, 하물며 만왕의 왕, 구세주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실 분을 아무런 준비없이 선택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심사숙고 끝에 당신 아들 예수님의 어머니가 될 여인을 고르셨는데, 가장 잘 준비된 분, 아무런 흠도 티도 오점도 없는 순결하신 분, 원죄에 물들지 않으신 분을 선택하셨는데, 바로 나자렛의 마리아였습니다.

무염시태 교리는 너무나 큰 신비와 베일 속에 가려진 알쏭달쏭한 교리이기 때문에 인간의 입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믿을 교리라고 합니다.

무염시태 교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머릿칼보다 많은 일상의 죄 속에 깊이 파묻혀 살아가다보니, ‘원죄없이 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죄를 좀 덜짓는다면, 우리가 좀 더 자주 고백소에 들어가면, 좀 더 순결하게 살아간다면 무염시태 교리는 훨씬 이해하기 쉬워질 것입니다. 우리가 좀 더 자주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좀더 하느님 안에 머무르며, 좀 더 하느님과 일치하며, 좀 더 하느님께 순종하며 살아간다면 무염시태 교리는 좀더 현실감 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세상 사람들이 무염시태 교리 앞에 고민하고 갈등하며 의혹을 품다 보니 마침내, 1858년 성모님께서는 프랑스 루르드에 직접 발현하셔서 무염시태 교리를 당신 입을 통해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1858년 2월 11일 부터 7월 16일까지 총 18번에 걸쳐 벨라뎃다 성녀에게 발현하셨는데, 마지막 발현 때 이런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사랑하는 내 딸 벨라뎃다야, 나는 원죄 없이 잉태된 자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