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칼럼

누군가 약하면 약할수록, 문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사랑으로, 더 큰 자비심으로 그를 공동체의 중심에 둬야겠습니다.

12월7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대림 제2주간 월요일]

중증 중풍병자를 향한 이웃들의 지극정성이 유난히 돋보입니다. 그들은 치유자 예수님에 관한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중풍병자를 위한 평상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중풍이 깊어지면서 온 몸이 마비되어 하루 온종일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중풍병자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며, 평상에 들어옮겼습니다.

예수님께서 머물고 계시는 곳으로 옮겨오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환자가 누워있는 무거운 평상을 들고 보조를 맞추어 ‘하나 둘 하나 둘’ 하면서 조심스럽게 먼길을 걸어왔을 것입니다.

막상 현장에 도착한 그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치유자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셀수도 없이 많은 환자들이 이스라엘 전역에서 몰려온 것입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다보니 사도들은 질서를 유지시키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대기 번호표를 받았는데, 기다리다가는 밤을 지새워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난감했던 이웃들은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 일을 어떡하지? 환자 상태는 심각한데, 순번대로라면 이틀 밤을 꼬박 지새워야겠고, 환자에게 밤이슬을 맞게 할수도 없고…’

마침내 그들은 묘안을 짜냈습니다. 상황이 하도 다급하다보니 편법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머무시는 집 지붕 위로 올라갔습니다. 계폐가 가능했던 지붕을 벗겨내고, 위에서 아래로 중풍병자를 내려보내기로!

중풍병자에 대한 마음이 각별했던 이웃들이었습니다. 어떻게든 한번 살려보려는 그들의 마음, 어떻게든 새 삶을 살게 도와주려는 마음,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백방으로 노력하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돋보입니다.

참으로 인간미 넘치는 이웃들입니다. 그들은 공동체 안에서 가장 약한 지체였던 중풍병자를 가장 중심에 두었습니다. 어찌 보면 공동체의 가장 큰 약점이자 수치꺼리인 중풍병자를 가장 귀중히 여겼습니다. 그를 위해 공동체 모두가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런 중풍병자 이웃들의 정성, 따뜻한 마음을 예수님께서 높이 평가하십니다. 기상천외한 그들의 방법이 예의가 아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으시고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십니다.

오늘 공동체 안에 가장 중심에 둬야할 대상, 가장 배려 받아야 할 대상, 가장 사랑이 필요한 대상이 어디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약하면 약할수록, 문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사랑으로, 더 큰 자비심으로 그를 공동체의 중심에 두고, 그를 꼭 안아주고, 결국 그를 구원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중풍병자를 향한 그 지극 정성, 그 간절한 마음이 하늘조차 움직였습니다. 하느님 마음조차 감동을 받으신 것입니다. 가장 나약한 존재를 향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각별한 마음, 환자 중심주의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중풍병자 입장에서는 또 얼마나 감동적이고 감격적이었겠습니까?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습에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쉼없이 흘렸을 것입니다.

나를 들것에 싣고 그 먼길을 뛰어온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습, 나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습에, 반드시 치유받아 백 배 천 배로 갚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